황제가 왔다. 황제의 군대가 왔다. 그러니 선택의 때가 도래했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탄투라 연대기- 불쇠와 현인 (작가: 이규훈, 작품정보)
리뷰어: 이야기악마, 20년 6월, 조회 195

저는 <15회 운수좋은 날> 까지를 보고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장벽’이 있는 도시 <커리쉴하프>는 남과 북의 경계입니다. 산맥으로 막혀 있는 북쪽과 남쪽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커리쉴하프는 과거를 버리지 못하고 미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과거와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풀지 못한 과거의 매듭에서도 멀어지지 않은 교착의 상태입니다. 단적으로 주인공 잭은 자신의 연인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따라 나서지도 못합니다. 커리쉴하프를 떠나는 순간 자신의 과거를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죠.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교착을 깨는 것은 외부의 강대한 힘입니다. 황제 <판>의 군대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장벽을 무너뜨립니다. 그러니 그 장벽 안에 있는 이들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겁니다. 과거의 매듭을 풀 것인가, 아니면 이 곳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미래를 찾아서 떠날 것인가. 주인공 <잭>은 그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소설은 <주인공의 성장>을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을 돌봐주던 <카프카>라는 노인과 싸우고 대장장이를 때려 치려는 24세 인간 남캐입니다. 게다가 과거도 잃어버렸습니다. 주인공의 정체성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주인공은 과거와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을 추적할 이 소설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합니다. 요즘의 판타지물에서 주인공의 능력적 성장은 다루지만 인성적 성장을 다루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인격적으로 완성되어 있으며 더 많은 경험치와 더 좋은 아이템, 더 좋은 스킬을 얻는 데 집중합니다. 그 편이 독자들의 기다림을 줄이고 빠르게 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며 눈을 붙잡아 둘 수 있게 때문이겠죠. 요즘의 추세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빛나는 것도 있습니다. 주인공과 주인공 외 인물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도 제법 잘 드러납니다. 인물들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많은 장면 묘사에 공을 들였고 덕분에 독자도 인물에 대한 상세한 상과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장면들 중에 하나는 <헨리>라는 인물이 자신과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아군의 종탑을 기습해 항복의 종을 울리는 장면입니다. 자신과 아군을 살기 위해 아군을 공격하여 항복을 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명령 때문에 헨리를 막아야 하는 종탑의 보초들이 헨리와 싸우는 장면은 아이러니와 긴장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머릿속에 헨리가 남게 되었습니다.

 

<전투>장면도 <요즘 유행하는 카드게임>처럼 두 집단의 수 싸움에 대해서 고려한 흔적이 보입니다. 상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움직였는지 그것이 상대의 의도와 만나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가 나타납니다.  작가님이 좀 건조하지만 합리적으로 묘사를 하는데 이 떄문에 조금 감질맛이 나기는 합니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더 박살나는 전투씬을 원했거든요. 콰과과과광 푸슝푸슝 우두두두두두 뭐 이런거요. 지금은 단순한 싸움의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나중의 전개를 위해 <판>을 까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점점 복잡해지고 고조되는 싸움을 중후반부에 배치하기 위함이겠죠. 그러니 지금까지는 <시동을 거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상 황제가 등장하고 선택의 때가 도래한 지금, 주인공의 선택과 독자의 선택이 모두 기대되는 <탄두라 연대기-불쇠와 현인>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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