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넘어오는 것에 대하여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너에 관하여 (작가: 리체르카, 작품정보)
리뷰어: 보네토, 17년 4월, 조회 114

==========스포 그 자체인 리뷰이니, 스포 오노인 분은 저어기 뒤로.

 

처음엔 귀신들린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괴담인 줄 알았다. 룸메이트 두 명을 떠나보낸 후, 새로 맞이하게 되는 룸메이트. 저 세상에 대한 일과는 전혀 관련 없는, 영능력하고는 요만큼도 상관없는 무덤덤한 룸메이트와 귀신들린 하숙집에서의 신나는 대학생활! 네이트 판춘문예에서 인기 끌기 딱 좋을 듯한 그런 류의 괴담.

오해란 이따위다. 그런 이야기였다면 리뷰를 쓰고 싶다는 생각 비슷한 것도 안 들었을 터다. 하지만 슬슬 하숙집에서의 귀신 이야기가 무르익고 룸메이트가 “나”를 구해주는 사건이 전개되나? 했을 때, 타이밍 묘하게도 “나”의 이모가 언급되었다. 무당일을 하는 이모. 그러나 그뿐. 이모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여름날 모기향 줄기처럼 피어오르다 흩어질 때, 이야기의 무대가 카페로 옮겨졌다. 몹시 자연스럽게도.

재미있지 않은가? 자연스럽지 않은 세상인데도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그렇게 비인간의 세상으로 옮겨지자, 그 정점에서 카페 사장은 “나”의 위협이 되었다. “나”를 공포 속으로 몰아놓고, 사장이 말한다. “친구한테 무슨 짓 했어요?” 당연히 “나”는 친구에게 뭔가 한 기억이 없다. 사장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을 듣는 시간낭비는 하지 않았다. 다만, 설명을 시작했다. [문]에 대하여.

친구가 문이고, 통로다. 하지만 무엇이 넘어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친구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 남자가 하나 등장했는데, 점점 그 남자가 근처로 다가오고 있다고. 저승사자인가? 라고 생각해봤자 의미 없다. 분명히 작가님은 다른 것을 준비해놨을 것이다. “나”는 얼굴만 봐도 무서운 카페 사장에게 찾아간다. 공포를 이기는 걸 보면 정말 굉장한 우정 아닌가? 그리고 “나”는 [문]이었던 사람들에 대해 듣게 되고, 사장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장은 미래를 묻고, 과연, 정체답게 방치했다. 짝, 짝, 짝.

문은 열렸다. 문은 문일 뿐이다. 문을 통과하는 것들은 문을 파괴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 문을 파괴하면 이동할 수 없게 되니까. 하지만, 본성이 그 모양인가? 주변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는 옆에 있었기에 제일 먼저 공격당했다. 덕분에 “나”가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룸메이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남자의 정체는 다행히도, 어떻게 따지면 도우미 포지션이었다)

이모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며 “나”는 몇 년을 그녀를 찾아 헤맸다. 그녀는 수녀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느끼며 자신이 알게 된 사건의 전개를 설명했다. 그리고, “너”는 답을 바라지 않는 얼굴로 복수에 대한 운을 띄웠다.

복수는 짜릿했을까, 착잡했을까.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러워 고백을 듣는 것 같은 느낌으로 몰입했다. 누구에게 이입해도 비극적이다. 한 사람의 신뢰가 망가졌고, 한 사람의 인생도 망가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사람의 일이다. 귀신을 볼 수 있건, 집안 내력이 어떻건, 사람은 사람일 뿐이니까.

다만 문에 대해 생각해 볼 뿐이다. 문이란 건 연결이다. 안과 밖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이어낸다. 알을 깨고 나가는 것은 탄생이다. 당연히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문]인 사람은 어떨까? 열린 문은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정의를 바꾼다. 이모는 이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설명 없고, 남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더해,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을 부리면 안팎의 연결이고 공간의 연결이고 뭐고, 주변의 변화나 도움이고 뭐고, 기다리는 건 지극한 패망 밖에 없는 거다.

“너”를 생각하며 “나”는 “너”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나”가 아닌 나는 그저 평안을, 더 열리지도 않고 닫히지도 않는 망가진 문인 네가 평안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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