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잡아먹는 악은 정의일 수 없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악기바리 (작가: 임가비, 작품정보)
리뷰어: 이야기악마, 20년 6월, 조회 117

이 소설은 부조리극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부조리한 사회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사회가 더 선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악으로 여겨지는 매춘, 비리경찰, 지하TV는 계속 존재합니다. 이 사건은 주인공인 철수의 성장, 삶의 전반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철수는 사건 후에도 여전히 <악기바리: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가혹행위>를 즐깁니다. 그러니 인간과 사회 모두 부조리의 상태로 시작해 부조리한 상태로 끝나는 절망적인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왜 이 소설은 재미 있고 또 읽고 싶은 기분이 드는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제가 떠올린 키워드는 긴장감과 안도감입니다. 이 세상에 철수와 우현과 같은 인간은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 그리고 지하TV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긴장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철수와 우현의 싸움은 악인과 악인의 싸움입니다. 소시민들의 일반적인 삶에서는 약간 멀어보이고, 오히려 악인과 악인이 만나 그 중 하나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죠. 이런 긴장감과 안도감이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악이 자신보다 큰 악을 더 큰 악에 팔아넘기는 반전도 매력이지요.

악을 잡아먹는 악이 정의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의 추락은 구경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런 즐거움을 담고 있는 소설 <악기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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