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도시의 기이한 이야기 의뢰(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단 광역시 (작가: 한애선, 작품정보)
리뷰어: 코코아드림, 20년 6월, 조회 113

‘나단 광역시’는 개인적인 소견으로 보았을 때 재미있는 글입니다. 사실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른 분들께 물어본다 해도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재미있는 만큼 아쉬움 역시 많은 편입니다.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의견이라 ‘이걸 무조건 수용하셔야 한다!’ 이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의견도 있다.’ 는 부분 정도는 참고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먼저 ‘나단 광역시’의 가장 큰 장점은 가상의 도시 ‘나단 광역시’를 배경으로 해서 이어지는 호러 판타지가 굉장히 몰입감 넘친다는 것입니다. 사실 글의 배경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축에 속합니다. ‘폐공장이 즐비한 몰락한 도시’가 주 배경이 되는 장르는 하드보일드나 느와르 같은 범죄/추리 계통의 장르입니다. 물론 나단 광역시를 배경으로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범죄/추리 계통이 아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장르는 SF/크리쳐 입니다. 흔하게 나오는 배경이 아니니 이색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편입니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과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당장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입니다.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전개와 분량 문제가 있습니다. 초자연현상이나 기괴한 크리처가 등장하는 장르에서 배경을 설정할 때 작가들은 보통 두 가지의 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바로 현실에 있는 도시를 글로 가져오거나 가상의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죠. 현실에 있는 도시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실존하는 도시를 끌어오는 것이니 글의 사실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마치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생동감을 극대화시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그 지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이 지레짐작으로 이름만 가져와 쓴다면 실제 그 지역 거주민이 봤을 때 ‘이게 뭐지?’ 싶은 글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극단적 예시로 주인공이 4호선을 타고 이동하는데 갑자기 교대역에서 내렸다고 쓴다면 보는 사람들은 ‘이 작가, 조사도 제대로 안 했나?’ 하는 반감을 품게 되는 것이 무리도 아니겠죠. 반대로 가상의 도시를 설계하는 것은 실제 도시에서 일부 모티브를 따와 기획할지언정 낯선 지형이 등장해도 ‘이 도시는 가상의 도시니까 이런 것도 있을 수 있지’ 하는 설득력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러한 설득력을 위해선 체계적으로 이야기를 짜야 하는, 실제 도시를 가져오는 것보다 더 복잡한 계산과 창의력을 요한다는 말이 됩니다. 꼼꼼하게 짜지 않으면 주인공의 이동 반경에 그가 요구하는 모든 것들이 다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거나 ‘5화에서는 우체국이 있던 자리였는데 6화에서는 은행이 있는’ 참사(?)가 발생하게 되니까요. 일단 ‘나단 광역시’는 후자를 선택한 상황인데요.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개된 이야기로만 봐서는 ‘그래서 이 독특한 배경이 무슨 의민데?’ 하는 의문만이 남았습니다. 물론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실제하는 도시가 아닌 가상의 도시를 설정한 만큼 무언가 내포된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된 글의 내용만 본다면 그런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는게 맞는 거 같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 전개 중인 글이니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니 개인적 생각으로 받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로는 분량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분량이야 작가의 재량 아니냐’며 조금은 뜬금없이 생각하실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현재 ‘나단 광역시’는 1부를 갓 끝낸 글입니다. 1부라 명시된 이유는 2부, 3부 등 뒤이어 나올 이야기가 있다는 소리고 스토리 전개가 최소 기-승-전-결 에서 기 부분이 전개 중이거나 끝이 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단 광역시’를 보면 한 화의 분량이 15매 이상 넘어가는 글이 없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다양한 단편들이 모여서 하나의 유기적인 사건을 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너무 급박하게 전개가 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작품을 읽는 독자는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이 아닌 바깥에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는 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내 등장인물의 심리를 직접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인물이 갑자기 뜬금없는 행동을 하면 ‘개연성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단 광역시’에는 이런 ‘개연성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다수 나옵니다. 전개 자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빠르고 질질 끄는 부분이 없지만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 빠른 전개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빠른 전개 때문에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줄어드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개연성을 잃었’다고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빠른 전개도 좋지만 조금은 인물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단 광역시’는 이제 막 1부를 끝낸 글입니다. 제가 쓴 견해가 조금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 글은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석과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 점만큼은 명확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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