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속에 갇힌 결핍된 세상 공모(비평)

대상작품: 블록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4월, 조회 92

저 비싼거를 왜 자꾸 사는거지, 사놓고선 다 만들지도 못하고 늘 허물어뜨려버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에게

변함없이 어느 시점이 되면 또 다른 레고 블록을 사주는 모습에 어떨땐 짜증이 마구 쏟아지더군요,

제대로 한번 완성 해보지도 못하는 아이를 위해 아내는 늘 필요 이상의 가격을 보여주는 레고를 사주곤 했습니다..

유사한 저가의 다른 제품들도 있었지만 블록이 잘 끼워 맞춰지지 않는다거나 불량 섹터가 많다는 뭐 그러 이유로

꼭 고가의 레고만 사주더군요, 물론 여지껏 아이들이 그 레고를 완성한 경우는 단 한번도 못봤습니다..

늘 레고 박스라 불리우는 각각의 박스 십여개에 담긴 체 십여년간 보관되다가 이사와 함께 거의 사라져버린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아내의 행동과 과한 씀씀이가 올바르다는 사실은 인지한 부분이 뭐였냐면 아이는 그 레고를 완성하

고자하는 목적보다는 단순히 만들어본다는 의도에 집중한다는 것이죠, 레고 얼굴에서 보여지는 웃음과도 동일한 미소

와 함께 단 십분이라도 자신의 의지로 인해 집중 집중 초집중하는 모습이 아주 중요해 보였습니다.. 마구 흐트러진 체

방치되는 것 같아 보이는 레고 블록들이지만, 늘 치우다가 발바닥 언저리에 밟혀 미친듯이 속으로 욕을 해대던 블록이

지만 아이는 치우지 말라고 엄마랑 같이 블록 맞출거라고 생떼를 부리던 모습에서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동생들이 태어남에 따라 그 레고는 가족용 놀이도구가 되어 언제나 지저분한 마루를 형성하는

장난감이 되어버렸지만, 제대로 끼워 맞춰진 블록이 단 하나도 없는 혼합형 레고가 되어버렸지만, 늘 레고로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에 대해 만족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고가의 레고를 단 하나도 완성해보진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죠, 하지만 이 서두의 내용이 이 소설이 주는 결핍에 대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희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결핍되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작가가 의도한 부분을 나름 생각해

본 것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말이죠,

소설속의 선호라는 인물은 결핍된 가정에서 살아온 인물입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가정보다는 자신속에 파묻혀버린

나약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와 자신을 두고 떠나버렸죠, 아버지 역시 자신만의 세상속으로

사려져버렸습니다.. 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선호라는 인물은 인도의 보도블록을 채워나가는 막노동의 일을 하면

서 자신의 아버지가 빠져있던 레고의 세상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그림자를 찾고자 하죠, 아버지가 사라지고

남겨둔 것이라고는 주유소에서 한달 100여만원도 되지 않은 돈을 받아 자신의 취미인 레고를 사들이는데 반 이상을

투자했던 수많은 레고블록들 뿐이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결핍된 삶속에서 레고의 행복한 미소속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전히 선호는 불가능한 희망의 끈을 놓치 않으려 합니다.. 언젠가는 아버지가 주유소의 기름냄새를 풍기며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하고 불안한 희망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늘 결핍된 세상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여전히 자신

의 앞날은 보도블록의 틈에서 한장한장 순서대로 끼워맞춰가는 인생을 살 것이며 아버지는 레고속의 세상, 아버지가

원하던 세상에서 결코 현실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불안한 확신과 함께 자신은 결핍된 블록의 세상속에 자기만 덩그

러니 남게 되리라는 고통만 간직하게 되는 것이죠, 수많은 블록의 잔재속에서 어느순간 밟아버린 뾰족한 블록의 모서

리가 안겨주는 지랄맞은 아픔의 세상속에 말입니다..

 

사실 작가님께서 의도한 부분에 대해 제가 제대로 인식을 했던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름 작가님께서는 여러 은유적 표현이나 상대적 비유로 감성적 치유와 결핍적 의도를 제시하신 듯해서 나름의

독후감을 끄적거려보긴 하지만 그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지에 대해선 조금 모호합니다.. 그러나 제가 읽은 느낌의

이 작품이 주는 재미와 느낌은 위와 같았습니다.. 딱히 내용과 감성에 대해 갈무리를 하고자하는 의도보다는 삶아가는

이 현실의 삶의 연장선상속에 놓인 한 인물의 개방적 마무리가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구요,

읽으면서 아부지가 없는 살림에 비싸게 산 한정판 레고의 경우에는 완성된 제품은 되팔아도 제법 가치가 많이 나간다

는 레고 재테크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나서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산이 단지 쓰레기만은 아니라는 어이없는 상상도

했었습니다..ㅋㅋ, 여하튼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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