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와 진부의 경계, 가능성 높은 작품(스포일러) 감상

대상작품: 사망기념일 (작가: 쿠디그라,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4월, 조회 79

안녕하세요. 아그책입니다. 네 번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공포소설만을 리뷰하는 리뷰어가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솔직히 말해 작품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소설 플랫폼에선 공포, 그것도 중단편 공포소설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았거니와 그만큼 기대에 미치 못했으므로. 하지만 네 번째 소설 리뷰를 쓰다 보니 브릿G의 중단편 공포소설을 향한 기대와 애정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작품 <사망기념일>은 그런 애정을 한 주먹 보태는 작품이다.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 또 기대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나 상황, 도입부는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신선하진 않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 내려간 것은 ‘비오는 날 도로변에서 태운 낯선 히치하이커’라는 익숙함을 어떻게 변주해나갈 것인가,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여느 공포영화의 오프닝처럼, 연인 관계인 주인공 남녀가 서로 다투며 빗길에 차를 몰고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타난 의문의 히치하이커는 분위기도 바꿀 겸 무서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 이 소설의 매력이 발산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법한, 소소하면서도 괴이한 괴담들을 엮은 것 같은 남자의 이야기는 차곡차곡 형태를 만들어나간다. 지금 이 남자가 하는 이야기들이 아무 맥락없이 툭툭 던져지는 게 아닐 것이므로.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이야기가 끝난 후는? 아쉬운 건, 결말과 반전이 너무나도 쉽게 예상된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남자는 주인공 남녀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응징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는.

자신이 죽일 사람의 등 위에 올라탄 귀신을 보며 살아왔던 남자의 얘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공포스런 분위기도 비교적 잘 조성되어있고, 문장 역시 잘 읽힌다. 그러나 히치하이커, 라는 인물의 구체성이 아쉽다. 느닷없이 너희들이 내 여자친구를 죽였고, 이제 귀신이 날 쫓아왔어, 라는 반전을 넣기엔 분량이나 남자에 대한 묘사, 정보가 부족하다. 반전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반전인데도 개연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히치하이커 남자, 라는 인물이 흐릿하게 ‘대화’만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친구를 죽인 주인공 남녀도 그 남자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보조도구로서밖에 사용되지 않는 듯하다. 너무 쉽게 인물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느낌은 이야기의 흐름이 ‘주인공 남녀’에 집중되었다가 ‘히치하이커 남자’에게로 급히 옮겨지면서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 둘의 연관점은 죽은 히치하이커의 여자친구가 전부다. 주인공 남녀의 과거나 어떤 연관성 있는 행동들도 없다. 또한 히치하이커의 남자의 말만 믿고 그대로 차를 모는 주인공 남자의 행동, 알고 보니 이상한 곳으로 가는 길이었다는 설정은 진부하면서도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히치하이커 남자를 중심으로 다시 이야기를 써내려가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 그 자체로 이미 흥미롭다. 그 이야기들 중 한 두 개를 구체화시키면 남자에 대한 인물과 이야기의 매력도 더 살지 않을까.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재밌다. 덧붙여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수고하셨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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