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조성은 완료, 이젠 연출과 연기까지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잭오랜턴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4월, 조회 145

안녕하세요. 아그책입니다. 세 번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팀 버튼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으스스한 공포 요소와 동화 같은 분위기, 하지만 동시에 진지한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호러 장르의 글을 주로 리뷰하고자 하는 리뷰어의 입장에선 즐거운 만남이었다. 비록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작품이 주는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나도 공포소설을 좋아하고 쓰는 사람으로서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기도 하고. 약간 피드백 비슷한 리뷰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작품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갖고 짤막하게 남기는 글이니ㅣ 그냥 가볍게 흘려들으시면 된다.

잭 오랜턴이라는, 팔척귀신 만큼이나 공포스럽고 정체 모를 존재와 교통사고가 난 주인공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먼저 공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인 ‘분위기 조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나’가 산길을 타고 넘어가는 도입부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의 첫 장면(스티븐 킹 원작)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문장이 너무 길다. 좋은 글은 필수적으로 ‘가독성’을 가진다. 그래야 읽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므로. 그래서 호흡 조절과 인상적인 장면 등을 도입부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한 문장이 너무 길어 독자의 첫 호흡은 지치고 늘어진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벌써 독자는 숨을 고르고 쉬어야 한다.

또한 1인칭이라는 시점의 장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것이다. 첫 문단의 ‘낯선 이’에 대한 담론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일장 강연을 하는 것 같다. 이 문단은 차라리 마지막으로 가던지, 아니면 정리된 설명 같은 성격을 빼고 묘사나 인물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듯싶다. 이후의 자락고개에 대한 설명도 1인칭 주인공이 전달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너무 독자와 거리가 멀다. 1인칭 시점은 독자가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그 내면과 행동, 감각 등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과 잭 오랜턴의 만남을 살펴본다. 잭 오랜턴에 대한 묘사는 그럭저럭 ‘미지의 존재’이라는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 허나 주인공과 잭 오랜턴의 대화는 한 걸음 모자란다. 잭 오랜턴의 ‘기괴한’ 모습을 그의 말로써 표현하려 한 것 같지만, 너무 의식한 탓인지 과하게 느껴진다. ‘형씨’라던가, 주절주절 자신에 대해 말을 늘어놓는 것은 다른 공포영화나 소설들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장면이라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된다.

하지만 주인공이 잭 오랜턴을 따라가 그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이나 움직임은 다시 이 작품의 강점인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애니메이션 ‘코렐라인’(닐 게이먼 원작소설)의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 그러 분위기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이 작품에 계속해서 빠져들었다. 잭 오랜턴이 쉼 없이 펼치는 인간과 선과 악에 대한 담론이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아직 독자는 잭 오랜턴이라는 미지의 인물에게 몰입하지 않은 시점이다. 단지 주인공을 어딘가로 유혹하는 인물이라는 것 외엔. 그의 행동이나 공간(뒤에 나오는 묘지라던가) 등이 먼저 제시되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가 말로 풀어놓은 자신의 끔찍한 행동들을 배경이나 공간, 행동, 감각 따위로 다양하게 변주했더라면. 그 후에 그의 살벌한 강연이 이어졌다면. 독자가 잭 오랜턴에게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캐릭터가 먼저 불쑥 얼굴을 들이민 셈이다.

결말은 좋다. 지금까지의 주인공 얘기가 사실은 잭 오랜턴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행위이고, 그로 인해 닥쳐올 (서술되지 않은)공포에 대한 독자의 기대가 솟는다.

공포소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런 피드백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나름 공포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독자이니 더 좋은 작품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리뷰를 써봤다.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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