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는 화려하고, 펑 터졌다가 꿈같이 사라지지요. 그래서 인생의 화양연화는 짧다는 비유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한 순간이 삶이 힘들 때 꺼내 먹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찬장의 사탕’이 되기도 하지요. 인애에게,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아들에게 불꽃놀이는 그런 추억입니다. 이렇게 보면 담담하고 잔잔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전형적으로 착한 사람들의 선의가 어떻게 상황을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씁쓸한 아이러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계약직 공무원인 인애는 ‘오지라퍼’로 보일 정도로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자아자 파이팅’스러운 청춘이기도 하지요. 정규직 공무원이 냉소적으로 말하듯이 ‘적당히’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직 교장이자 현직 치매 배우자의 남편인 할아버지에게 복지 혜택이며 문화행사(불꽃놀이)를 알려드리려는 인물입니다. 거기에는 악의 없이 수다스럽게 점방 아주머니가 떠들어댄 할아버지의 과거사도 한 몫 했겠지요. 인애가 동생처럼 새엄마에게 정을 덜 붙였다면, 치매 할머니에게 새엄마에 대한 감정을 이입해서 불꽃놀이를 함께 하지도 않았을 테고, 치매 할머니도 비극을 겪지 않았겠지요. 복지 수혜자와 인간적으로까지 교류하려던 인애의 따듯한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화재 원인이 밝혀 진다면, 인애에게 불꽃놀이는 즐거웠던 추억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되겠지요. 그 때 인애는 새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게 될까요. 이 작품의 모든 인물들은 모두 가족과 함께 한 막대 불꽃놀이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불꽃축제’에 비하면 짧고 소박하지요. 가족의 추억이란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 이런 소박한 불꽃놀이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단편에서 산만해질 우려가 있긴 하지만)각자의 불꽃놀이에 디테일이 더 있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인애에게는 가정폭력을 피해 나온 놀이터에서 엄마와 하던 불꽃놀이, 교장 가족에게는 방학 때 갔던 바다에서 밤에 했던 불꽃놀이…이런 식으로요. 할머니가 아들과의 추억이 담긴 불꽃놀이를 하고, ‘타이밍 좋게’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작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야기가 완결되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들 사업 망했다고 했는데 마침내 성공했나요…? 고급대형세단을 타고 등장하네요…?? 아들이 아니라면 할아버지 내외를 찾은 인물은 누구일까요???
때로 선의가 본의 아니게 악의가 될 지라도 우리는 인간의 선의에 기대어 살아 나갈 수 밖에 없겠지요. 인애가 너무 자책하거나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요. 때로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일이 있으니, 인애가 계속 다정하기를 바라요. 그리고 인애의 다정함이 결국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