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정독하면서 느낀 감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소 정리가 안 된 부분도 있지만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고 읽어주세요.
영화화되면 이렇겠다 싶은 부분을 고려하면서 적어보았습니다.
작품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서 내용은 전부 스포일러로 처리했습니다.
‘정문 옆에 붙은 초소는 – 마치 잔고기떼처럼’
영화의 가장 첫 장면일 것 같다. 날씨, 바람, 인물이 서있는 모습, 양철 갓이라는 낡은 물건이 주는 이미지가 영화를 보는 사람한테 배경을 한 번에 쑤셔 넣을 것처럼 강렬하다. 무령경찰서는 그 다음 장면에 보여줘도 될 것 같다.
태수의 서툰 사투리는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가? 익숙하지 않은 듯이 연기하는 데 꽤나 애써야할 듯하다.
유지나 경장의 이름이 처음 등장할 때를 보자. 춥고 외로운 모습의 태수가 의경들을 놀리는 장면을 거쳐서 강모 선배에게 놀림을 받는데로 이어지는 전개가 너무 익숙하고 솔직히 말하면 칙칙하다.
반면 치킨을 사오라고 한 선배 형사가 둘을 이어주려는 의도로 치킨을 사오라고 시켰다거나 유지나 경장이 상황실 근무자이면서 치킨을 먹으려고 했다는 설정, 또 치킨 주문 전화로 신고를 위장한 설정은 다음 출동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매우 매끄럽고 부드럽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에서 멕시코인이 신고를 해놓고 (기억이 확실하진 않습니다) 탐정을 놀리는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무지개 아파트 입구에서 순경을 묘사하는 데 조금 더 세심해야 할 듯하다. 신고 받고 간 집에서 별 일 아닌 듯해서 그냥 내려왔다, 파트너 순경은 그 상황에서 하품을 하며 목을 긁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순경 정도면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듯하다.
무지개 아파트의 외관 묘사가 좋다.
출동한 집에 사는 인애의 대사가 찰지고 좋다. 대사 자체뿐만 아니라 상황과 다른 캐릭터와의 구도와도 잘 어우러진다.
태수가 석구를 데려다주면서 함께 나누는 대화가 소설 전체의 서사와 맞물리는데 너무 쉽게 첫 번째 정보를 얻는 것 같다. 사주를 봐서 로또를 맞춘다는 스님 이야기는 중심축인 비트코인의 암호를 숨기고 있는 석구가 혹할만한 이야기인 게 맞는 것 같다.
석구와의 대화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양수발전소 홍보관 건물과 관람객 주차장이 보이는 지점’을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줄지 궁금하다.
내레이션이 있는 영화라면 ‘길을 멀리 내다보며 운전하기엔 오늘 밤 어둠이 너무 짙을 뿐이지’ 하는 대사가 참 좋다.
태수가 처음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집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너무 남루해서는 왜 이런 집에 사나? 하는 생각을 하겠고, 너무 차갑고 단단해 보이면 그래도 집인데 어느 정도는 아늑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겠다.
태수가 치킨을 먹다가 맥주에 취해 잠들 정도의 캐릭터인가? 경찰특공대를 나왔고 소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느물거리고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하는데. 이 장면은 인물이 평소보다 너무 허술한 듯 보인다. 그걸 매력으로 밀고나간다면 또 몰라도.
유지나 경장이 매력덩어리다. 현재 여자들이 멋있다고 생각할만한 걸크러쉬 여성상이기도 하고. 또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을 것도 같고.
옥상에서 최 수경과의 대화는 개인적으로 매력이 전혀 없다. 감동도 없고.
양수발전소 가는 길은 같은 길을 다시 간다는 대사라도 한 마디 쳐줘야겠다.
강모를 만나러 가다가 양수발전소 초입에 차 대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가수는 김광석인가? 노래 선곡 좋다. 소설 전체 분위기랑 어울리면서 잔잔히 배경 음악으로 흐르면 좋겠다.
현주를 만나는 장면에서 군수 딸인건 현실성이 있다. 파워가 셀 것이고. 근데 강모가 예전부터 현주를 잘 안다는 설정은 석구 때와 마찬가지다.
현주 캐릭터 독특하다. 첫 만남에서 토를 하다니. 게다가 태수가 하는 농담에 킬킬대고 웃기까지 한다. 현주가 우는데 옆에서 태수가 기다려주는 장면 참 좋다.
현주와 함께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 세부 묘사가 대단하다 (읍내 초입에 자리한 지역 마트 주차장에는 차가 제법 들어차있었다, 로 시작하는)
현주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태수는 어떤 마음일까? 어떤 표정일까 상상이 잘 안 된다. 이 분량까지 나타난 캐릭터로는.
이미 끝까지 읽은 다음이라서 현주를 데려가는 군수의 표정이나 감정이 궁금하다.
소설에 노인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많다. 다른 소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데. 경찰들이나 공복남이나. 노인의 모습을 너무나 정확하게 그렸다.
유림 검사는 너무나 정형화되었으면서도 그게 오히려 제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정보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도 수사를 강요하는 유림이 형사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태수와 식당에서 홀로 술 마시던 노인과의 대화 재미있다. 마지막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태수가 꽤 흥미롭다. 노인이 했던 말(다섯 명이 죽었다)는 말은 그렇게 와 닿지는 않지만.
태수와 현주의 로맨스, 그냥 로맨스가 아닌 군수라는 권력을 상대해야 하는 로맨스다. 비트코인 사건을 덮으려는 흑막의 주인과의 대결이기도 하고. 그걸 모르고 첫 키스 장면만 보더라도 나쁘지 않다.
태수가 황 검사의 프로필을 보면서 범죄수익환수부 소속이라는 걸 어떻게 캐치해서 어디까지 추측할지가 궁금하다.
먹는 장면 많이 나오는 거 좋다. 영화에는 얼마나 나올지 모르지만 먹는 건 중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사격과 적당히 정의롭게 살라는 지침하고는 괴리가 있다. 사격 때문에 태수를 형사계로 들인 것도 동의할 수 없다.
죽은 노파의 옷차림이 흔히 볼 수 있는 옷이라서 현실감이 있다.
강모와 태수가 은주를 놓고 하는 대화도 이 작품 속 여느 대화처럼 재미있지 않다. 취향이 아니라 그런가 별로 흥미가 안 생긴다.
유림 검사가 경찰들에게 유난히 딱딱하게 구는 태도가 석연치가 않다. 그 ‘확실하지 않은 추측은 용납하지 않겠다’ 라는 말도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반복되니까 식상하다.
수렵꾼의 모습이 할리웃 영화에서 많이 보던 전형적인 모습과 태도다. 약간 상남자 같이 자기 할 일만 하는.
저수지 아이디어 좋다. 마을 전체를 굽어보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현주가 누워있던 솜이불을 치우지 않고 바라보는 태수의 태도도 이젠 좀 무서워진다. (어디까지 내다보고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서) 조각을 오려내서 과학수사대에 넘긴 것도 그렇고.
태수가 현주를 만나러 가는 길은 두근댄다기보다는 아 그냥 만나나보다 하는 정도?
역시 태수는 현주를 만날 때도 다음 수까지 다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것도 매력이겠지.
현주가 사고를 털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느낌도 든다. 중후반부에 이런 느낌을 주는 것도 분위기를 환기하는 기분이 들고 좋다고 본다.
태수와 현주의 관계가 얽히고섥힌 것 같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 희한한 느낌이다.
비트코인 소재 재밌다. 형의 유언이 암호를 기억해라 라는 것도 그렇고 석구가 자신의 몸에 새겨둔 것도 그렇고.
총 쏘실 줄 압니까? 할 때 유림 검사가 이참에 배우죠, 하는 거 멋지다.
태수와 유림의 이야기 역시 재미가 없다. 그래도 이번 대화는 유림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어서 (혹시 세상을 바꿀 힘을 달라고 기도해본 적 있어요?) 그나마 낫다.
범죄 진행이 교통사고로 급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마지막 검사씬. 소설가 어머니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소설 전체적으로 사건들은 재미있는데 대화나 서술이 자꾸 방해하는 느낌이다.
마지막 유지나 경장과의 창작 부조리극에 대한 대화, 완전 좋다. 통쾌하다고 해야 하나? 다 꿰뚫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 검사와의 긴 대화보다 이 짧은 부조리극 대화가 더 좋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