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 도시가 좋다고 가출까지한 넬리 언니나 때때로 다함께 여행을 다니는 친구들과 다르게 마닐드는 사람 적고 익숙하고 낯선 것 없는 고향땅, 집, 어머니의 제과점이 좋습니다. 공짜로 보내준대도 여행은 질색인데다 등 떠밀어도 집 아닌 다른 곳에서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마닐드의 그런 속도 모르고 엄마는 언제나 속상해 합니다. ‘청춘에 왜 그리 갑갑하게 집에만 있으려 하니? 해보지도 않고서 좋은지 싫은지 어떻게 알아? 더 넓은 세상 더 큰 일들이 네 삶의 기쁨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걸 왜 몰라.’ 마닐드는 엄마의 말이 속상하기만 합니다. 내가 싫다는데 대체 왜 이해를 못하는지, 싫은 이유를 왜 설명해야만 하는건지, 싫다고 하면 그냥 싫은가 보다 해주면 안되는 건지, 마닐드는 존중없는 강요가 끔찍하기만 해요. 때때로 속상한 걸 넘어 울컥 화가 나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원체 소심하고 심약한 성격이라 더 그런거겠지만 누구라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가만 내버려두면 좋겠어요. 오늘도 무사히, 조용히, 한적하게 시간을 잘 보내는 것만이 마닐드의 목표입니다.
그런 마닐드 앞에 닥친 위기 상황. 마법사인 큰언니 카뷔가 소속된 왕실 군대에서 마닐드와 가족들을 수도로 초대합니다. 군인들과 가족들이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신설된 제도라고 하는데 마닐드는 원체 여행을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이 낯선 행차가 아무래도 꺼리침합니다. 어떻게든 변명거리를 만들어 이번 초청도 거절하려 하지만 어쩌면 좋은가요. 엄마는 이번만큼은 마닐드의 호소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꿋꿋하게 셋째딸의 수도행을 요구합니다. 마닐드를 이 갑갑한 산골에서 떼어놓는 것이 엄마의 의무기라도 하다는 듯 얄짤없어요. 동생들은 너무 어리고 엄마는 제과점을 비울 입장이 못되고 둘째언닌 거출했으니 결국 마닐드 외에는 따라나설 가족도 없어서 짐을 꾸리긴 하는데 시작도 전에 피곤합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마닐드가 수도로 가기 싫어하는데는 성격 외 다른 이유도 있는 것이 분명해 보여요. 소설의 초반, 마닐드가 겪고 후회하고 다짐하게 만든 한 사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활발하지만 풀세고 실수가 잦은 데인과 냉정하고 비뚜름한 말 밖에 뱉지 못하는 아즈반과 함께 하는 수도행. 조용히 머물다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목적인데 언니의 상사인 고룡 오즈와 맞부딪히며 마닐드는 이 초대에 실은 또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 알고 거의 인생 처음으로 대차게 목소리를 높이는군요. 싫어! 싫다고 했잖아! 왜 싫다는 말도 못알아듣는거야!!!!!
강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으로 인해 정해진 길 밖에 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한 소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으려 가만히 침묵하고 거부하다 끝끝내 노출된 능력 앞에 아직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피하고만 싶어합니다. 초반 마닐드의 성격에 답답해지기도 하지만요. 속속들이 사연을 알게 되면 그때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고 좀 짠한 마음이 생긴답니다. 마닐드가 또 마닐드의 주변 사람들이 아마도 다 함께 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남은 연재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