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 콤플렉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단편 모음집] 피조물 콤플렉스 (작가: 이일경, 작품정보)
리뷰어: 쁘띠캐롯, 20년 1월, 조회 34

지금 알라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16위에 올라있어요. 표지만 보면 에세이라고 오해하기 딱 좋은데 예상 밖으로 이 책의 장르는 SF 입니다.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관내분실을 비롯해 총 7개의 단편을 실은 소설집인데 오늘의 작가상까지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라구요. 읽자마자 최애 작가님으로 등극하셔서 팬인 저는 얼마나 마음이 벅찼는지 모릅니다. 브릿G의 단편 <피조물 콤플렉스>를 읽은 것도 그 여운이 아직 남은 탓이었어요. 김초엽 작가님 덕분으로 한국 SF에 마음이 트였달까요? 이일경 작가님의 단편 모음집 피조물 콤플렉스도 맘에 쏙 들어 소개해 봅니다. SF지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네 가지 작품이 실려있어요.

 

1. 운전 중 라디오 방송

초등학생 때 우주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탔는데 딱 “운전 중 라디오 방송” 속과 같은 그림을 그렸어요. 스케치북에 행성 너댓개를 그려놓고 그 사이로 도로를 만들어 차가 빵빵 나다니게 했거든요. 소설 속에서는 황소자리와 꽃게자리, 처녀자리 그리고 지구 사이에 놓인 국도들을 오가는 차량들이 듣고 있는 교통 방송이 진행 중이에요. 진행자는 절대로 지구 도로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독재자가 정보를 통제하는 그곳은 폐쇄적이고 완강하며 외계인의 인권을 지켜주지 않으니까 꼭꼭 피해가라고 해요. 여행 금지성 지구인인 것은 부끄럽지만 꽃게자리를 지나가는 우주 도로만큼은 꼭 누벼보고 싶어요.

 

2. 철 지난 로봇 SF

 

이미 많이 쓰여진 소재고, 작가님이 예전에 올린 작품을 수정해 올린 거라 이런 제목을 붙였나 싶습니다. 로봇이 인간에게 가장 부러워하는 것 1위는 다름아닌 번식이에요. 마지막 로봇 생산 이후 공장에서는 더는 로봇을 찍어내지 않고 있거든요. 단종된 로봇들이 인간의 폭력으로 해체되며 계속해 그 수가 줄고 있어요. 둘씩 짝만 맞으면 얼마든지 번식 가능한 (이론적으로;;) 인간들이 로봇은 얼마나 부러웠던 걸까요? 로봇이 멸종의 공포를 느낀다는게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로봇 옹호론자와 반대론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진진 했던 소설이에요. 딱히 철 지난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읽은 작품이 많지 않아 그런 걸까요?

 

3. 차원여행자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여행가는 건 봤어도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떠나는 여행자는 진심 처음 봅니다. 높이를 잃어버린 머리와 발, 종이 인형 같은 품새로 누운 여행자를 상상합니다. 권총으로 머리를 겨누고 싶어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빈 우주 같은 세계에서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숨만 쉬며 사는 주인공을 말입니다. 그의 바람은 미래에 불운한 여행자가 있어 2차원의 세계로 여행 오는 거에요. 그가 자신의 시체를 꼬옥 3차원의 고향으로 보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여행자에게도 수단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 소원은 이뤄질 가능성은 요원하군요ㅠㅠ

 

4. 망상

 

잠들기 전이면 남 보기엔 시시해도 본인에겐 너무나 진지한 망상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실제의 나는 비사교적이고 경험이 적고 사회의 기준에 미달하지만 환상 속의 나는 얼마나 완벽한지요. 결국 현실세계와 망상의 세계를 오며가는 일에 지쳐버린 “나”는 망상의 세계를 선택해 망상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합니다. 일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집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망상만을 해맨 결과 90세가 넘은 망상 속의 나도 20대 후반의 현실 속의 나도 죽음이 머지 않은 날이 왔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비누방울처럼 허무한 삶이 안쓰럽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