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디쉬가 뭔지 알 수 없는 풀코스 요리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우주 저편에서 개들이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20년 1월, 조회 92

이 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 혜리는 외계종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이다. 그녀는 요시엔(늑대를 닮은 외계종)을 카쉬엥카(인간을 닮은 외계종)로부터 구해내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녀의 친구 유정은 혜리가 요시엔을 구해낼 때마다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다. 서로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 때문에 고등학생 때부터 끈끈한 유대가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혜리는 요시엔 욘탠마를 구해낸 후 유정에게 배신을 당한다.

유정 때문에 욘탠마를 카쉬엥카에게 넘겨줄 판이 됐지만, 혜리는 기지를 발휘해 유정의 할머니와 힘을 합쳐 욘탠마를 구해내게 된다. 사실 이 사건을 계기로 혜리와 유정이 틀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원만하게 해결됐다. 둘 다 공돈도 얻었다. 이야기는 혜리가 또 다른 외계종을 구해내며 끝이 난다.

 

 

화려한 풀코스 요리, 그런데 메인은 어디에?

 

이 작품은 소재가 참 특이하다. 지구인인 척하는 외계종과 개의 모습을 한 외계종이 나와서 재밌다. 지루할 틈이 없이 전개도 빠르다. 그만큼 술술 읽힌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어 적고자 한다.

먼저 짧은 이야기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친구의 이야기, 친구의 할머니와 이모, 외계종들과 그들의 역사. 외계종과의 전투, 화투놀이, 굿, 종교. 온갖 이야기와 소재들이 쏟아져나온다. 이것들이 적절하게 안배가 되었다면 모를까, 그러기에는 분량 자체가 너무 짧았다. 그러다 보니 아웃사이더의 랩처럼 모든 이야기가 속사포로 설명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입 안으로 떠밀어지는 음식을 계속 주워먹는 느낌이었다. 소화시킬 새도 없이 다음 코스가 나온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풀코스 요리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위 내용과 이어지는 문제인데, 바로 담고자 하는 것이 너무나 많아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나는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뭐가 메인 디쉬인지 뭐가 에피타이저고 디저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각각의 이야기와 소재가 비등비등한 비율로 나오다 보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저 줄줄줄 하고 싶은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마지막으로 필연성보다는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도 강했다는 점이다. 읽을 때는 잘 몰랐지만, 읽고 나서 1분가량 생각해보니 이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카쉬엥카의 약점에 대해 처음 나올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뒤에서 만득이 시리즈가 나올 때는 설마 이 장면을 위해 그런 약점을 설정했나 싶었다. 또 혜리가 사실은 카쉬엥카 실험체였다는 사실도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외계종을 알아보는 이유가 출생의 비밀이라니. 너무 인위적이기 짝이 없었다. 복선이나 단서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당황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전에 나온 것이라곤 그녀의 학창시절 이야기뿐이었다. 혜리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고자 했다면, 그 대목 전에 그녀가 유별난 인간이라는 점을 좀더 부각시켜야 했다. 어떤 예상도 하지 못한 채 충격적인 대목이 나오니, 완충제도 없이 교통사고를 당한 기분이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위하여

 

앞서 아쉬운 소리만 늘어놓았지만 기본적으로 작품의 속도감이 아주 뛰어나므로, 주제에 깊이를 더해 다른 작품들도 많이 써보면 단편을 써내는 능력이 월등하게 좋아질 것 같다.

다만 쓰고 싶은 것이 많다고 해서 욕심을 내지 말고 찬찬히 고민하고 어떤 점을 부각시킬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소재는 충분히 신선하고 가독성도 뛰어나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한상 가득 차릴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이 음식도 저 음식도 맛있으면 기억에 남지 않는 식사가 된다. 식탁 중앙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강렬한 맛을 선사하는 주 요리와 이를 받쳐주는 반찬들이 있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 인상적인 식사라 할 수 있다. 그러니 글을 쓸 때 모든 것을 쓰려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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