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종교적인 소재나 매개체를 다루는 작품은 그리 드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비교적 잘 다뤄지지 않는 한국적 불교의 향취가 짙게 느껴지는 이 작품은 불교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에 대한 존중을 표해오는 듯 합니다.
불교에서는 인연은 돌고 돌아 오기 마련이고, 모든 것은 관계 맺음이라 설파합니다. 그처럼 주인공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던 소외된 한 아이에게 눈길을 주었고, 세계에서 유리되어가던 아이는 다시금 세상에 편입되어 묶이게 됩니다.(정확히는 유리된 것은 우리네 현실의 관계 뿐이었고, 큰 틀에서는 다시 윤회한다는 구조를 벗어나지는 않았었죠)
또한 그 과정에서 베푼, 본인으로서는 사소한 선의였지만, 그를 통해 많은 위기와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돌고 돌아 자신을 위하는 일이 된다는, 지극히 불교적인 진리죠. 모범적이랄지, 딱딱하달지, 하지만 결코 부자연스럽지는 않은 전개입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작가님의 언급처럼, 이후 전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모르겠습니다. 금강경이었던가요? “마음이 머무는 바 없이 일을 행하라”고 했었죠. 주인공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물어옵니다. 그녀가 이런 일을 ‘굳이’하는 동기와 이유에 대해 의문이 가득합니다. 어쩌면 독자인 우리조차도. 거기에 주인공은 매번 간단히, 조금은 시시하게 답합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고는 부단히도 움직이며 자신의 뜻하는 바를 행하려 동분서주 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정면을 응시하고자 합니다. 그런 굳건한 주인공이기에, 아마 그녀는 바라는 바를 이루어내지 않을까, 설령 그러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답을 찾아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쉽게만 향유되는 작품들이 범람하는 때에, 산사에서 마시는 오래간만의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은은한 향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글을 많이 쓰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