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솔직히 불편한 글(+08.09추가합니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감겨진 눈 아래에 (작가: 전혜진, 작품정보)
리뷰어: 이다, 17년 4월, 조회 427

아니 무슨 글이길래 리뷰가 왜 이렇게 길어?? 하고 놀라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솔직히 불편한 글

 

###스포일러###

 

 

 

처음 읽었을 때 불편함과 강렬한 메슥꺼움을 느꼈습니다. 핸드폰을 쥐고 글을 읽는 나에게 동료가 왜 그런 표정이냐고 물었을 정도였죠. 처음 다 읽은 후에도 단문응원을 달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떠오르기에 차라리 합쳐서 리뷰로 좀 더 자세히 쓰기로 했습니다.

 

왜 불편함을 느끼는가?

 

우리가 살인이나 범죄가 나오는 글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상상인 판타지고 픽션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먼 미래를 시점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소설이더군요. 제가 불편함을 느낀 것은 그 것 때문입니다.

이 글은 총 8장으로 완결이 난 글입니다.

 

처음 1장을 읽었을 때 저는 멍청함을 비웃는 비교적 가벼운 글일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남녀 모두 징병되는 가상의 한국에서 ‘된장녀’라는 말을 하는 바보같은 한국 남자 유학생이 제2교포인 주인공에게 넌 한국인이고 한국에 가서 군 복무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하고있었으니까요. 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여자들이 중학교만 졸업해도 결혼하며 의무를 지지 않는 다구요(이 글속 군복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안 후에는 정말 1장을 다시 읽기가 역겨웠습니다.)

현실에도 군 복무에 따른 말이 많죠. 많은 젊은이들이 강제로 2년여의 삶을 군대에서 보내는 건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개같은 군대를 여자들은 의무도 아니고, 심지어 원해서 와도 여군들은 하사나 소위로 시작한다고 억울해합니다. 힘든 보직도 안간다구요.

 

음 잠깐 이 글 속에서 한국 군대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단 현재 군대에 관해 떠들겠습니다.

현재 장성급 현역 여군은 두분 밖에 없습니다. 그분 중 한분은 간호장교 십니다. 필수보직을 해야 진급이 되는데, 보직을 안줍니다. 그리고 여군은 직업군인이라 군대가 직장이고 직종을 바꾸지 않은 한 계속 군인인데 군대 내에는 여자 화장실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화장실도 불편한 직장이라니요.

 

군대를 오기 위해 사관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입학하고, 졸업한 사람은 당연히 장교가 됩니다. 그만큼 노력하고 준비했으니 당연한거죠. 그렇게 군대에 입학한 군인은 같은 여군 동료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당하는 걸 빈번히 보고 듣고 당합니다. 장교로 입대한 여군이 이런데 여성이 징병되어 훈련병, 일병이 된다면?

 

어떤 사람은 ‘여군은 너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복무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 없어질 문제다…’라고도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국 남자들이 거의 다 가는 군대에서도 이러한 군대 내 성폭행 범죄들이 일어납니다. 남자들간 동성에 의한 군대 내 성폭행 성희롱이 가해자가 동성애자여서 벌어집니까? 아닙니다. 마치 교도소같이 좁고 고립된 군대 안에서 욕구불만에 의해, 가해자가 위계질서 속에서 자신보다 약자인 피해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죠. (욕을 하고싶습니다만 참겠습니다.) 동성 간에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이성인 여성들이 군대에 들어왔을 때의 범죄나 사고들은 예상 가능하죠.

 

여성과 남성의 근육량 차는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같은 운동을 해도 근육량이 안늘고, 호신술이나 운동을 아무리 해도 생물학적으로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죠.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는 신체 건강한 20대 여성이 70대 할아버지한테 힘으로 이길 수 없습니다. 몇년을 무술을 배운 호신술 여자강사들도 마르고 운동을 안하는 비실한 남자라도 자기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키면 힘으로 이길 수 없다고 했죠. 도망가는 게 제일이라구요.

 

이런 극명한 차이속에서 과연 사고들이 더 많아지지 줄어들지는 않을겁니다. 먼저 군대 내 인권 신장과 군복무 단축으로 방향을 잡는게 옳죠.

 

 

너무 길었군요^^;

 

읽어보시는 게 더 재밌기에 자세히는 안쓰겠지만 2장은 주인공이 삶에서 묘한 탈력감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망명온 부모님이 망명왔을 때 쯤의 한국은 꼭 지금같습니다. 부패한 아시아 국가들, 출산률이 준 한국이 여자들이 공부를 많이해서 아이 안낳고 결혼 안한다고 여자가 공부를 덜 하게 만드는 정신나간 정책을 발의하려하고 그런 이들을 보수층이 지지하고.

 

이때가 주인공이 태어나기 전이니 이 글에서 몇십년 전인데 꼭 지금같죠. 최근 이슈가 됐던 가임기 여성 지도나 고스펙여성에게 배우자 하향선택 유도(대체 무슨 뜻인지), 취업에 불이익을 줘 결혼시장에 일찍 내놓겠다는 출산 장려 정책..^^(픽션이 아니라는게 정말 황당합니다.) 근 10년간 출산 장려 정책 예산이 근 100조원인데 참 어이가 없지요(내 세금!)

우리보다 더 먼저 저출생고령화 사회가 도래했던 일본이 임금을 높이고 야근을 없애는 방법으로 경제적 여유와 육아 시간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비해 굉장히 어이가 없죠. 현재로부터 약 몇십년 후와 유사한 글의 시점에서는 과거의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말도 안되고 부당한지 주인공과 인물들이 거의 코메디같은 취급입니다.

 

이렇게 망명한 부모님에 의해 처음부터 프랑스인이던 주인공의 환경은 미래 발전이 옳바르게 된 이상향의 모습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노동이 줄고 사람들이 나태해지는 대신 하고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윤리적 문제로 고심하고, 천부인권이 당연하고요. 이곳의 한국은 유일하게 남은 의무복무 국가입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의무복무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의무복무를 고집하고 있는 국가지요. 아마 작가님이 어쩌면 세계 얘기나 다른 나라로 빠지지 않고 한국에 집중하려고 한 설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곳에서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폐쇄적이고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수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인종에 의해 악의없는 인종차별을 느껴왔던 주인공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에서라면 인종차별은 안당하겠지, 하며 다들 말리던 한국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죠. 강제로 잡히고 밖과 연락할 수 있는 칩이 부숴지고 ‘군복무’라는 이름으로 출산기계가 됩니다. 말 그대로 출산 기계. 출산을 여자의 몸을 빌어 할 필요도 없는 시대에 처녀막이 여자의 급을 나누고 하루에 몇명씩에게나 강간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출산을 해야 제대가 되고 그 전엔 외국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1장의 유학생이 한 말이 얼마나 치가 떨리고 끔찍한 말이었는지 알았을 때 정말 머리가 멍했습니다. 그 끔찍한 고문과 같은 장면들이 절 메슥껍게 만들더군요. 작가님 필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실제로 글에는 모멸적이고 수치스럽고 공포스럽고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그런 끔찍한 곳에서 주인공은 ‘재경’이라는 인물을 만나는데 그녀가 미치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눈이 하나인 사람들 틈에서 눈이 두개인 사람은 이상한 취급을 받는 것처럼 재경과 주인공은 성가신 여자들입니다.

출산하는데 마취제를 쓰지 않고, 1등급 여자는 처녀막을 보호하기 위해(처녀막은 막힌 막이 아닙니다. 첫 관계에 피가 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고 피는 그냥 질이 다친 피인 겁니다. 첫관계가 아니라도 피가 날 수도 있고 첫 관계때 피가 안날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의학용어인 ‘처녀막’이 어서 제대로 수정되기를 바랍니다.) 재왕절개를 하고 나머지는 다 자연분만을 합니다. 이미 인구를 위한 출생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요;

 

 

정말 뜬금없지만 출산은 정말 굉장히 위험합니다. 골다공증이나 척추가 밀려 허리디스크가 생기고 장기가 밀리고 아무리 관리를 잘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임신성 당뇨(임신했다고 생기는 당뇨입니다. 몸관리를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발병하는건 복불복이고 일반 당뇨와 같이 불치입니다.), 탈모, 빈혈 뭐 수도 없이 몸에 무리를 줍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성교육 시간에 자지 않는 학생이었는데도 따로 공부하기 전까진 몰랐었죠. 생리일 때 통증이 심한 여자애들에게 애 낳으면 안아파진다는 속설도 애를 낳을때 출산의 데미지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말초신경이 손상되서 신경이 죽어서 생리통의 고통이 안느껴지는 거라는 걸 알았을 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참 제가 이래저래 말이 많군요.

 

 

책이 태워지고 일부러 교육의 질도 교육대상의 연령도 국가에서 낮추고 ‘가부장’의 허락없이는 엑스트라넷(지금의 인터넷의 미래일 것 같군요)도 사용 못하는 나라에서, 재경은 정말 굉장한 사람입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만약 주인공이 인권이 당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다면 이것이 부당하다고 느꼈을까요? 몰랐을 것 입니다. 작중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면서 부당함을 깨달은 재경이 대단한 것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경과 주인공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을 찾으려 인권 단체와 국가가 나서줬다는 것이지요. 재경은 끔찍한 기율대에서 의문사라는 이름으로 제거를 당합니다. 주인공이 프랑스에 있었을 때는 몰랐던 한국 군내의 의문사는, 이런 것이었죠.

 

살아서 구조된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가 있는 집에서 원치 않은 강간으로 인해 착상된 세포를 낙태하고(이 부분 문단이 간결해서 좋았습니다. 전 참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 초음파든 뭐든 아기 사진이나 심장 소리를 듣고 아이를 지우지 못하고 아가야.. 하면서 홀로 키우기를 결심하는 서사가 싫습니다. 미디어가 만든 모성애 판타지죠.) 몸을 치료하고 정신을 나갈만 한 상태가 될때까지 상담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국을 전 세계에 폭로하죠. 솔직히 말해서 전혀 속이 시원해지지가 않았고, 단지 연민이 들었습니다. 집밖에 나올 수 있고 그 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주인공은 한국에 가기 전의 자신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여기서 그나마 좋은 면모가 있는(이런 말을 해야한다니 끔찍하군요) ‘윤중위’란 남자는 말합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훨씬 효율적인 장치를 쓰지 않는 것은 아이때문이 아니라고.

 

“여자가 부족하니까.”
“욕구를 풀어주고 생글생글 웃어주고 저녁 밥상을 차려놓고 자기 아이를 낳아 줄 여자 말이다.”

 

어때요, 불편해지지 않습니까? 전 매우 불편했습니다.

 

사람은 글을 읽을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입 할 대상을 찾습니다. 보통은 주인공에게 이입을 하죠. 인물의 생각이나 설정, 환경, 겉모습이나 말투, 성별등에서 자신과 공통점을 찾아 내고 그에 이입을 하는데 만약 나랑 정 반대의 주인공이고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안되고 1차원 적인 캐릭터로 느껴진다면 다른 이입 대상을 찾습니다. 주인공 옆의 조연이나 주인공의 연인이나 친구 등등이요.

 

만약에,
주인공에게 이입하지 못하는데 이 곳에 여자들을 구하려는 남성이 있었다면 하면 그에게 이입하게 됩니다. 많이 갈 것도 없이 재경의 역할이 남자였다면 더 쉽게 이입이 됐겠죠.

 

그리고 어떤 끔찍한 일을 하는 남자들이 나오는 장면을 읽어도 이입한 ‘나’는 그것을 타파하고 없애고 싶은 순수하게 분노하는 정의로운 사람이기에 분노는 느낄지언정 불편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설령 느낀다 해도 그 불편함이 그 등장인물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같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렇기에 작가가 이입할 대상을 주지 않습니다. 주인공 세실에게 이입해서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고 괴로운 감정을 느끼거나, 글 속 한국의 남성들에게 이입이 된다면 꺼림직하고 불편하고 이게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말도 안되는 사상이고 생각인지 느끼게 됩니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죠.

 

 

솔직히 너무 잘쓰셨어요.

정말 공포스러운건 이게 완전 픽션이 아니라 픽션인척 한겹 덮어두는 현실이라는 겁니다. 이 작품을 읽고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불편함을 느끼라고 쓴 글인데 당연할 수 밖에요.

 

이 리뷰를 다 읽으셨다면, 꼭 이 작품을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건필하세요.

 

 

 

+

 

2017.08.09

글을 추가합니다.

 

오랜만에 브릿지에 왔다가 이 작품의 ‘편집자의 선택’ 글을 보았습니다. 정말 답답했습니다. 왜 다들 모른척하시는지, 이 글은 출산에 관한 문제도 군대에 관한 문제도 아닙니다. 물론 그 부분을 아예 빼고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요. 이건 여성혐오에 관한 글입니다. 아이나 출산 가정 혹은 그외의 핑계로 여성의 인권, 선택, 사회적 지위들을 어떻게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말살하는지에 관해 sf의 탈을 쓰고 보여준 겁니다.(여성혐오가 진짜 있나? 그런건 없다. 이런 생각을 갖는 분이 아직 여기 있을꺼라 믿지 않겠습니다. 여성혐오는 이미 몇십년전부터 사회학자들에게 확인되고 연구된 사회적 현상입니다.)

’30년이면 자유주의 국가 시절에 충분히 배우고 교육받으며 자유롭게 자란 여성이 살아남아 아직 존재할 법한 시간대임에도,(가령 세실의 부모 같은 이들 말이다.) 게다가 여성을 업악하는 이런 사회 모델에 찬동하는 남성만이 존재하진 않았을 것이 분명함에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

이것은 ‘편집자의 시선’ 이 작품의 추천글에서 가져온 문장들입니다. 이 의문의 답은 이미 글에 나와있습니다. 찬동하지 않는 사람들, 세실의 부모들은 한국을 탈출했습니다. 다른 나라로 이민했죠. 그게 답입니다. 이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이 나라를 떠나는 겁니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전 처음 이 리뷰를 쓰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먼저 쓴 다른분의 리뷰를 읽고 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을 잃고, 주인공인 여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초반에는 당혹스러움, 중반에는 분노, 후반에는 영웅심리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 이 점이 과연 이 작품의 진짜 메시지를 전하는 데 효과적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같은 맥락으로 이 작품에서 말하는 노령층과 남자들, 기득권층이 여성 병영 제도에 대해 동조하기만 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중단편이 아니라 연재작이었던 만큼 밀도가 높고,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남성을 무조건적인 악역으로만 다루지 않았으면 훨씬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분의 리뷰 일부입니다. 이 분께 어떤 감정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영웅심리’라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이 글을 읽는 그 어떤 여성도 세실을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세실이 영광을 누렸습니까? 그녀는 생존자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지금도 용기내어 고발한 것으로 계속 공격받고 모욕받는 삶을 살겠지요. 그 어떤 여성도 세실처럼 되고싶지 않습니다. 그녀를 동정하고 공감하며 연대할 수는 있어도 영웅심리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남성을 무조건적인 악역으로만 다루지 않았으면 훨씬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에서 느껴집니다.

남성 아군을 만들어서, 거기에 이입해서 영웅심리를 느끼고 싶은건 본인 아닌지요? 강간당할일도 없고 출산을 억지로 할 일도 없고 여동생이나 가족이 그런꼴을 당하면 그거에 분노하고 고문받더라도 피해자나 다른 여성들에게 지지받고 의지받는 멋진 역의 남성 캐릭터, 그 캐릭터에 이입해서 마음 편하게 소비하고 분노하고 영웅심리를 느끼고 싶은건 아닙니까?

‘같은 맥락으로 이 작품에서 말하는 노령층과 남자들, 기득권층이 여성 병영 제도에 대해 동조하기만 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노령의 남자들?

며느리에게 당연하게 과일깎게 시키고 수발시키고 여자애가 어쩌구 하면서 혀를 쯧쯧차고, 큰딸은 살림밑천이다 라는 말을 하고 여자가족들에게 제사음식을 시키고 당연히 여자 형제에게 남자 형제의 밥을 차리게하고 용돈을 주게하고 식당이나 밥을 먹을때 여성에게 수저를 놓게하고 물을 따르게 하고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남성들에게 술을 따르게 시키고. 이게 무슨 10년전 일도 아니고 현재도 이럽니다. 여자는 결혼만 잘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아주 수두룩 빽빽합니다. 아주 늙은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초/중/고딩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혹시 주변에 장녀가 많지 않습니까? 위로 여자둘셋 줄줄이 누나가 있고 막내가 아들인 집이요. 직장이나 학교에 그런 친구들이 있을겁니다. 왜 그럴꺼라고 생각합니까? 낙태가 불법이니 아들을 낳을때까지 낳는겁니다. 저희 숙모는 딸3을 낳고도 45살에 기어코 아들을 낳았습니다. 집에서 담배만 피며 고스톱만 치던 삼촌이 아들이 생기니 애를 데리고 야구를 하더군요. 하하. 이게 옛날일인것 같습니까? 그집 첫째 딸이 이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병영제도에 여성들이 자기 아들이 가는 군대, 군인들 복지에 시위하고 후원할때 ‘너네도 가서 개고생해야한다’, ‘군대는 힘들어야 군대지’라며 자기는 이제 제대한 군대에 관해 요즘 군대 내부고발자를 저런 폐급이라고 욕하고 눈치없는 병신새끼라고 욕하는, ‘군인들 빠졌다’고 말하는 젊은이들, 늙은이들이 가득합니다. 정말 이 글이 sf라 해서 먼 미래 같은지요. 현실에 정말 한꺼풀 덮었을 뿐인데요.

요즘도 ‘탈조선’이라는 말로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아주 활발합니다. 물론 싸우면서 이런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아요’,’괜찮은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절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주변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과 위협을 전혀 몰랐다구요? 여자들은 이런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 어려움이 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진정 권리와 피해를 외치려는 여성들의 입을 막는 여성혐오 사회의 동조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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