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약혼자가 해충이라 약을 치려고 합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빙의했더니 약혼자가 해충이라 약을 치려고 합니다 (작가: artois, 작품정보)
리뷰어: 쁘띠캐롯, 19년 11월, 조회 281

오랜만에 읽는 로맨스 판타지, 아직 로맨스는 없지만, 어쨌든 판타지 소설이다.  월드리지 기숙학교의 여학생 아라벨라 메이헴이 마녀로 체포되어 처형을 당한다. 한때 잘나가던 귀족 집안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맞은 비참한 종말을 목격하기 위해서 월드리지 기숙학교의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군중들이 비를 뚫고 달려와 광장에 몰려들었다. 얼른 목 매달라 소리치는 이, 흥분된 낯으로 마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이, 추위에 허덕이며 괜히 나왔다 후회하는 이들 사이에서 벌벌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하녀에 기대어 슬퍼하는 소녀가 있었다. 볼턴, 허약하고 숫기 없는 월드리지의 또다른 아가씨. 아라벨라 메이헴을 존경했던 이 하급생은 슬픔을 숨기지 못한 채 눈물을 터트릴 뻔 한다. 누가 볼새라 볼턴을 다독이는 하녀 도로테아의 마음이 바쁘다. 마녀를 저주하는 제국은 마녀를 동정하는 백성 또한 용납하지 않으므로. 마녀를 위해 울어주는 지금의 모습을 누구에게라도 들킬 시 볼턴은 산 목숨이 아닐 것이다.

마녀가 나타났다. 흐트러진 외양에 부러진 다리, 감옥에서 받은 학대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가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서릿발 같이 꼿꼿한 마녀는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보란 듯 금제를 풀고 번개같이 주문을 외워 대중을 겁준다. 주문의 끝이 향한 손가락 앞에 도르테라는 기겁한다. 템플의 심장을 꿰뚫었던 타락한 아폴론의 화살이 볼턴의 심장에 명중했던 것이다. 생기 잃은 금발을 진창에 늘어뜨리며 빗속에 쓰러진 소녀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더이상 예전의 볼턴이 아니었다. 20세, 김안다, 이모가 사준 초밥을 먹다 얼떨결에 저 세상, 아니 이 세상에서 깨어난 대한민국의 재수생이었다.

마녀가 존재하는 이국의 세상. 독특한 건 남자들이 파리로 보인다는 것이다. 오로지 마녀들만이 그들 파리 인간을 알아볼 수 있다.. 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마치 소공녀 세라 같은 플롯을 띄고 있다. 이 세계의 병약 소녀로 깨어난 것도 서글픈데 채 적응도 하기 전에 볼튼(안다)의 농장이 불에 타 쫄딱 망하며 귀한 신분의 아가씨는 애처롭게도 하녀의 신분으로 떨어진다. 이전의 볼튼에겐 차마 견디기 힘든 불행이었을텐데 20세, 재수생 김안다는 안해본 알바가 없으므로 비질하고 바닥 닦는 일이나 무시하고 따돌리는 처우 앞에서도 마냥 씩씩하다. 단지 어제까진 가능했던 반찬투정이 쫄쫄 굶는 오늘에 와선 좀 후회가 될 뿐. 안다의 존재를 눈치채고 차근차근 접근해온 다른 마녀들을 통해 볼튼(안다)는 자신이 마녀의 혈통을 이었으나 금제를 당해 제대로 능력을 쓸 수 없으며 아버지쪽은 몰라도 엄마는 확실히 이세계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마녀를 뿌리까지 뽑으려 드는 세계에서 마녀의 피를 잇고 뛰어난 마녀로 성장할 것이 틀림없는 볼튼(안다)가 살아남는 이야기. 남주가 녀석이 맞는지는 다음 편수들을 읽어가며 확인해야겠지만 사랑없이 볼튼의 성장에 집중하려는 지금의 전개가 나는 마음에 든다. 파리로 보이는 남자들이 저절로 상상되어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인데 바퀴벌레 아닌 것이 어디냐며. 그밖으로는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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