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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이상 없습니다
노르바
호러
전자제품 수리 기사인 재민은 오늘도 고객의 의뢰를 받고 고장 난 세탁기를 점검하러 간다. 그런데 전날부터 반응이 없다고 하던 세탁기는 재민이 고객의 집 안에 들어간 순간 멀쩡히 작동한다. 척 봐도 억지로 수명을 연장하며 사용한 티가 역력하지만, 하나하나 점검해 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다. 연식이 오래되다 보니 미세한 진동에 의한 일시적 접촉 불량일지도 몰랐다. 기계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린 재민은 연이은 다른 의뢰에 응하러 간다. 그리고 돌아와서 업무 기록을 정리하던 중에 문득 깨닫는다. ‘이상 없음’이란 기록이 90일째 이어지고 있음을.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제법 있지 않을까? 잘 쓰던 기계가 말썽을 부려 A/S를 신청했더니, 꼭 수리 기사가 왔을 때만 멀쩡히 작동해서 괜히 머쓱해지는 경우 말이다. 그럴 때면 기계가 장난을 치는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들기도 한다. 이 단편은 매일같이 기계를 살피는 수리 기사의 시점에서 사실 ‘이상’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임을 깨닫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AI도,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탄 기계들이 사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으스스한 감각을 선사한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드래곤을 미믹에 넣는 방법
유권조
판타지
드래곤을 미믹에 넣는 방법이란 실로 간단했다. 미믹의 뚜껑을 연다, 드래곤을 미믹에 넣는다, 그리고 미믹의 뚜껑을 닿는다. 드래곤이 미믹을 열게 하기까지는 여러 수작이 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이 마법을 시전한 마법사가 드래곤과 함께 미믹에 갇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미믹의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는가? 그들은 굶어 죽게 될까? 이 전무후무한 사건 속에서, 드래곤과 마법사는 서로 한담을 나누기 시작한다. 대체 왜 드래곤은 왕국을 파괴하게 된 걸까? 마법사는 왜 그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일까? 이 살육극은 끊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둘은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유권조 작가의 「드래곤을 미믹에 넣는 방법」은 작가 특유의 활력을 가지고 정신없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세계관에 대한 부차적인 설명이나 서술 없이 주로 대화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어떻게 하면 맛깔나는 대화만으로도 세계관과 서사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지 입증이 된다. 게다가 알찬 반전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이 떠오르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드래곤을 미믹에 넣었다면, 마법사가 미믹에 들어갔다면, 드래곤을 꺼내고, 마법사가 나오는 일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의 만사가 이런 식으로 풀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고 공감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꼭 읽어 보시길!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위상잔차
김우듬
SF
노후화된 심해 오염 관리용 로버를 착취했다는 이유로 해양자원순환국 국장이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소동이 벌어진다. 이 소동의 여파로, 10년 전 해양자원순환국을 퇴직한 공인기술감정사 한지우는 노후 로버와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한 유인 탐사 과정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게 된다. 그것도 혼자서, 해저 4000미터 아래의 심해로. 사실은 그동안 꾸준히 초저주파를 보내온 로버를 두고 자의식이 있다는 둥 구조 신호를 보낸다는 둥 설왕설래가 많아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를 감정하는 전문가인 외부인을 보내는 것에 가깝다. 그렇게 내려간 곳에서 로버를 발견하고 연결 요청을 시도하지만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방법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와 데이터를 살피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보다 더 복잡한 일에 관여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하게 된다. 잔차현상학이나 기술감정사 등 미래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과 직업이 등장하는 「위상잔차」는 읽고 나면 이야기가 오롯이 압축된 제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0년간 로버가 보낸 초저주파 신호가 기록된 위상(位相)과, 무인 탐사와 유인 탐사 과정에서 확인하게 된 결정적 잔차(Residual)가 핵심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려갈수록 압력이 강해지는 심해 탐사의 과정과 충격이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되며 현실감을 더하는데, 어두운 바다에서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존재를 마주하는 순간은 먹먹한 감정마저 불러일으킨다. 심해와 현실을 넘나들며 환상적 감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소 압축적이고 생략된 상황 묘사가 많긴 하지만 주인공의 선택과 태도에 대한 여운이 깊이 남는 훌륭한 작품이다. 모두가 특이점의 도래를 끊임없이 가늠하는 시대, 그 시대를 판가름할 기준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고해
황수경
호러
200원짜리 사탕을 사러 동네 슈퍼에 간다. 주인 할머니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주머니에 초콜릿 과자를 몰래 쑤셔 넣고 사탕만 계산하고 나온다. 아주 별거 아닌 사소한 범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해도 쉽게 저지르지 않을 범죄이긴 하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직접 과자를 주머니에 집어넣지는 않더라도 누군가 들키지 않게 내 주머니에 넣어줬다면 어떨까? 다시 과자를 꺼내 돌려놓을 양심이 우리에겐 있을까? 고작, 200원짜리인데? 주인공을 꾸준히 찾아오는 정체모를 존재가 하나 있는데, 그녀는 바로 이 단 한 걸음, 우리가 범죄까지 가지 않는 단 한 걸음을 대신 떠미는 존재다. 잘못한 것도 없이 친구에게 떠밀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화가 가라앉기 바로 직전의 순간에 내 손에 돌멩이를 얹어주는 바로 그 한 걸음. 직접 훔친 것도 아닌데 내 손에 들어오는 현금이 두둑한 누군가의 잃어버린 지갑이나, 친구의 방학 숙제 노트 같은 것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양심을 팔 수 있을 것 같은 그 순간들을, 신실한 종교인인 주인공은 선한 삶을 추구하며 끈질기게 이겨낸다. 하지만 일생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며 그의 곁을 맴도는 여자의 유혹은 점차 강도가 강해지는데……. 한 다큐멘터리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한 도덕성 실험이 나왔다. 도덕성과 관련된 인터뷰를 마친 후 사전에 약속된 것보다 5만원 많은 15만원의 사례금을 받은 대학생들 대부분이 말없이 봉투를 챙겼다. 단 한 명만이 봉투에 돈이 많이 들어 있다고 제작진에게 알렸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받아야 할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면 당연히 돌려줄 것이라고 인터뷰 중에 대답했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이토록 실천적 행동과 이상적 도덕성 사이의 갭은 생각보다 깊다. 악마와도 같은 여자의 유혹과 그를 버텨내는 주인공의 팽팽한 줄다리기 사이에서,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매끄럽게 섬뜩함을 남기는 흥미로운 작품 「고해」를 만나 보자.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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