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쿤 덱스터의 계보

대상작품: <한빛 도서관의 이용규칙> 외 4개 작품
큐레이터: 라쿤 덱스터, 11시간전, 조회 12

안녕하세요? <바쁜 현대인을 위한 5분 판타지>를 쓰고 있는 라쿤 덱스터라고 합니다. 브릿G에는 이야기만 올리다가, 루주아 작가님께서 “내 작품을 테마로 한 큐레이션”이벤트를 열어주셔서, 제 작품에 대한 큐레이션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멋진 기회를 만들어주신 루주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큐레이션, 특히나 제 작품에 대한 큐레이션은 처음인지라 어떻게 쓰면 좋을지 사실 막막하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제 이야기는 이런 지향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작품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써보겠습니다. :)

 

1. 지향점

저는 초단편을 주로 씁니다. 그것도 글자수가 극단적으로 제한되어있는 트위터같은 SNS에 주로 쓰고 있죠. 이런 환경에서 이야기를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매우 짧은 호흡의 모노로그, 만담형식의 이야기를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에 연재중인 소품집의 제목 <바쁜 현대인을 위한 5분 판타지>는 이런 지향점을 담고 있습니다. 출근길, 퇴근길, 점심식사를 기다리며, 화장실에서 잠시 볼일을 보며, 하루에 조금씩 생기는 5분 내외의 조각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말이죠.

그리고 저는 이야기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건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나눈다는거 일방적으로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자가 작가에게 전달하거나, 독자와 독자간의 전달을 통해 확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가 즐거움 나눔이 될 수 있도록 여러개의 이야기를 느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붙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저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 때 구성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퍼즐이나 게임 같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놀이같은 이야기를 지향한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2. 영향을 받은 작품

저는 짧고 놀이같은 이야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제 이야기가 “나폴리탄 괴담” 혹은 “매뉴얼 괴담” 장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짧고 모호한 이야기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서로 상충되는 정보를 나열함으로서 독자가 스스로 퍼즐을 맞추어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도록 하는 점에서 말이죠.

제가 매뉴얼 괴담을 처음 접한 것은 한빛 작가님, 코코아 드림 작가님, 녹차 빙수 작가님의 단편이 실린<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지침서>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브릿G를 통해서 본것은 아니었고, 트위터에서 이런 전자책이 있는데 재미있다 하여서 구입하여 봤던걸로 기억하네요.

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 지침서

첫 느낌은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생각하던 어떤 문학의 구조와는 달랐거든요. 당시 제 기준으로 이 단편집은 아무리 보아도 구조적으로 문학보다는 비문학에 가까웠으니까요.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고, 매번 새로운 재미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굉장한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누군가 비디오 게임 최고의 그래픽은 상상력이라고 말했던가요? 문학, 소설도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상상력이 있다면, 때로는 비문학도 문학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품 목록과 가격만 적힌 영수증에서도 우리는 주인공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코코아드림 작가님의 작품 <회사원 A씨의 지갑 속 영수증들>처럼 말이죠.

저는 괴담이 게임, 놀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담은 단순하게 두려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그것을 재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죠. 모두들 어린시절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에 친구들과 재현해보려 하신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교류, 행동으로 이어져 보다 메타적이고 입체적으로 되는 거죠. 그 일련의 경험을 괴담이 아닌 다른 장르, 제가 좋아하는 판타지와 SF에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세트]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 슈뢰딩거의 고양희 - 전2권

한편, 트위터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영향을 받은 작가님이 만화 작가 “반-바지”님이십니다. 그분이 트위터에 연재하신 작품들을 보면, 내용도 기발하지만, 트위터와 웹환경의 환경을 잘 활용하시거든요. GIF파일을 이용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바뀌게 하는 만화라던가, 썸네일을 이용해 결말이 달리 해석될 수 있도록 만든 만화, 전체 타임라인을 보아야 결말이 완성되는 만화 등등.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할까? 하고 말 그대로 경탄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신 분이시죠. 

그런데 그분의 만화는 그런 표현적인 부분 말고도, 내용적인 측면도 굉장히 훌륭하셨습니다. 따스한 SF라고 해야할까요? 짧은 이야기면서 따스한 때로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솔직히 말해서 그분과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실력이 없었죠. 그래서 선택한게 트위터의 인용기능과 타래 기능을 이용한 이야기의 분화, 그리고 모노로그 혹은 만담 방식의 이야기였습니다.

트위터라는 매체는 한 트윗(포스트)당 글자수가 제한됩니다. 물론 타래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늘리는 것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만, 매체의 특성상 부차적인 설명이 길어지게 되면 집중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선택한 모노로그나 만담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었습니다.

블러드본 - 나무위키

이야기의 소재적인 측면에서는 판타지와 SF를 주로 했는데, 오랫동안 즐겨온 취미였던 게임들이 주로 이런 장르들이었기 때문이죠. 특히나 트위터에 이야기 계정을 따로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 갈때는 한창 <다크소울 시리즈>라던가,  <블러드본>, <니어 시리즈>같은 게임에 빠져있어서 그쪽 장르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던것 같습니다.

특히 <블러드본>은 저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었는데, 장르의 믹스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장르가 전환되거나 클리셰가 전복되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었죠. 혹시나 <블러드본>을 아직 못해보셨다면, 한번 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장르의 전환과 클리셰의 전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아실 수 있을겁니다.

NieR Replicant ver.1.22474487139... (중국어(간체자),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번체자))<니어 시리즈>는 이야기의 다면적 구성이라던가 반전 등에 영향을 받았고요. 극단적 하강과 상승을 이용해서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주는 카타르시스도 훌륭하니, 이 시리즈 역시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제, 대사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를 쓰다보니 영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나 만담의 경우 대사 자체가 주는 티키타카의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코미디 영화, 그 중에서도 블랙코미디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요. 해외 영화에서는 <빅 쇼트> 국내 영화에서는 <그때 그 사람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여담이지만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도 <아수라>와 함께 종종 보는 영화입니다. 특정 대사를 외치면서요.

빅쇼트 - 나무위키그때 그 사람들 - 나무위키아수라(영화) - 나무위키

 

 

3. 마무리

사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은 이것보다 더 많은데요, 그것들까지 일일이 쓰게 된다면, 아무래도 너무 이야기가 지루해질 것 같아서, 여기서 조금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큐레이션의 리플들을 통해서 나누어보시면 어떨까요? 앞서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야기는 즐거운 놀이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놀이는 혼자 노는 것보다 함께 노는게 더 재미있으니까요.

아무튼, 두서없는 이야기였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SNS에서 초단편을 쓰고 브릿G에서 <바쁜 현대인을 위한 5분 판타지>를 엮어서 연재하는  라쿤 덱스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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