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 가면 도서관에 꼭 들러 봅니다. 제게 도서관은 설렘 그 자체로 가득한 공간인데요, 아마 글 쓰기와 글 읽기를 사랑하는 많은 브릿G 유저 분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직접 발로 가 보는 도서관 못지 않게 글로 가 보는 도서관도 매력적이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부터 아리카와 히로의 <도서관전쟁>까지, 도서관을 주제/제재로 한 장르문학은 풍부하죠. 브릿G에서 도서관에 대한 소설들을 검색해 보고 이렇게 많은 소설들이 있다니 하고 놀랐습니다.
도서관이란 소재의 특징은 판타지, SF, 호러, 추리/스릴러, 로맨스, 역사, 무협, 일반 등등 어떤 장르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책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둘러볼 만한 브릿G의 특별한 도서관들을 안내합니다!
이런, 첫 번째 도서관부터 범상치 않군요. 브릿G에서 유행한 규칙 괴담,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호텔, 베이커리, 방탈출카페, 리조트 등등 각종 버전의 규칙 괴담은 특정한 장소와 이해할 수 없는 규칙과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이 있죠. 그 중에서도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가진 매력을 규칙괴담과 결합해 잘 풀어낸 엽편입니다.
한빛 도서관처럼 괴이한 이용 규칙이 아닌데도 “정숙”이라는 간단한 규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절레절레). 어두운 도서관 열람실에서 들리는 “히끼익” 하는 기묘한 기침 소리,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 도서관 민폐 이용자 때문에 주인공과 남친은 점점 미쳐 가기 시작합니다. 음산한 분위기의 공포가 서서히 조여오는 재미가 있네요.
귀신이 나온다는 괴담이 있는 여고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귀신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서 괴담을 무너뜨리기로 한 도서부원들은 자정에 도서관을 찾지만 뜻하지 않게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면서 일이 꼬이고, 주인공은 책들에 깔려버립니다. 그때부터 주인공에게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대학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에는 갈 수 있어도 이제 중고등학교 도서실에 가서 책 읽을 일은 없을 것이란 사실이 슬프네요. 중고등학생 여러분 자주 가 두세요.
눈을 떠 보니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도서관에 갇히게 된다면? 학교 도서실과는 달리 책장과 책이 무한히 펼쳐진 도서관에 갇힌 주인공은 ‘바벨의 도서관’에서 탈출하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과 싸우고 롤랑 바르트라는 조력자도 만나며 모험을 펼칩니다. 과연 주인공은 도서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무한에 가까운 바벨의 도서관에 상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차원의 틈새에 위치한 도서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마도서가 보관돼 있고, 괴물들이 출몰하는 도서관 ‘La biblioteko’에 근무하는 유일한 사서 에밀리. 이 분 성격 한 번 화끈해서 마음에 듭니다. 제가 뭐 잘못한 것 있냐는 이용자에게 “책을 빌리러 왔잖아요. 난 책 빌리러 온 사람이 제일 싫어”라고 대답합니다. 이건 약과고 그보다 더 쎈 대사들이 가득합니다만… 궁금하신 분은 직접 확인해 보시죠. 여러 차원의 세계들과 연결된 신비한 도서관, 한 번쯤 꿈꾸게 되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레나는 왕립 마법도서관의 신입 사서입니다. 금사빠인 그녀는 만나는 잘 생긴 이용자마다 반해 버리고, 여러 사건들을 일으게 됩니다. 신입 사서 레나가 연애 사업은 잘 안 풀려도 동료들 덕분에 도서관 업무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대마법사, 흑마법, 엘프, 사제 등등 판타지 세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소재들이 나와서 반갑네요.
이번엔 SF로 가 볼까요? SF를 통해 본 도서관의 미래는…암울하군요. 인류의 역사에서 종이에 모든 활자가 사라졌답니다. 그래서 용사는 최후의 도서관 ‘100만 그루’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북의 등장으로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아날로그 인간인 저는 인류가 계속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종이책의 미래를 믿고 싶네요.
호러, 판타지, SF 말고 평범한 도서관은 없냐고요? 잠자는 도서관으로 가 보죠. 주인공은 새벽에 가족들이 깨기 전에 아메리카노 스틱을 챙겨서 집을 나서고, 전철 타는 비용을 아껴서 점심 때 컵라면을 먹을 생각을 하는 평범한 취준생입니다. 추운 겨울 문 열기 전의 도서관에 도착했더니 도서관은 장미 덩굴로 덮여있고, 잠자는 공주가 주인공에게 왕자님이냐고 묻네요.
…… 여기도 평범한 도서관은 아니군요. 어쨌든 평범한 일상 속에 뜬금없이 나타난 잠자는 공주의 초현실주의적 대화가 인상적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평범한 도서관, N도서관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평범한 취준생 3인방(설민, 공, 함)인데요.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도서관 책들 중 한 권에 로또를 깜빡하고 집어넣은 채 반납했는데, 알고 보니 1등 당첨 로또였다는 겁니다. 주인공 3인방은 도서관에 있는 책이란 책은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는데….. 정말 도서관 책들 중에서 1등 로또가 있기는 한 걸까요? 주인공 3인방은 로또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 큐레이션에서는 중단편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는데, <책속 로또를 찾아라>는 분량 면에서나 몰입도 면에서나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경쾌하고도 재밌는 소설이기에 예외적으로 포함했습니다.
마지막은 훈훈하게(?) 마무리할까요? 이곳은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아무리 작고 허름한 도서관이라 해도 이야기는 있기 마련이죠. 주인공은 할아버지 집에 놀러 왔다가 도서관에 들른 소녀와 교감을 나누게 됩니다. 11년이 지난 뒤, 어른이 되어 도서관을 다시 찾은 소녀. 주인공은 소녀와 재회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브릿G의 도서관 투어 어떠셨나요? 마음에 드는 도서관은 있으셨나요? 여러분만의 도서관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브릿G에서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또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