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겅 뎅겅 머리 수확 2탄

대상작품: <견폐> 외 10개 작품
큐레이터: 오메르타, 20년 10월, 조회 98

의 좋은 형제 이야기 다들 아시지요? 수확을 마친 형과 아우가 서로 상대에게 쌀 한 가마니를 더 주려고 상대의 곳간에 밤새 쌀 가마니를 옮겼다는 이야기요. 참 심성이 고운 형제이죠.

브릿G의 여러분들도 그에 못지 않게 착한 심성을 가지셨더군요. 어제 저녁에 현관 밖이 소란하여 나가보니, 집 앞에 잘린 머리가 잔뜩 굴러 다니더란 말입니다. 지난 큐레이션에 감사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시라 덧붙였더니, 그 마음을 저에게 돌려 주시다니요. 살뜰히 보살핀 길고양이에게 죽은 쥐를 선물 받은 것 마냥 반갑더군요.

이웃들이 놀라지 않게 서둘러 안으로 들여 놓고, 잘린 흔적을 살펴 보니 지난 번과 동일범도 몇 있기는 한데,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멋진 머리들이 많더라고요. 이름표를 붙여서 주욱 진열을 해 두었으니, 구경들 해 보시지요.

 

견폐 by 번연

뎅겅 뎅겅 1탄 말미에 영화 슬리피 할로우와 목 없는 기사를 언급했는데, 여기 그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것도 한국 고전의 옷을 입고 돗가비로 둔갑해서 등장합니다. 두라한이 왜 주인공을 찾아 다니는지, 백구가 무덤을 파헤친 이유는 무엇인지, 공포와 감동의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구려!

 

스무고개 by 엄성용

호러 장인 엄성용 작가님 또 모셨습니다. 와이퍼를 빠르게 움직여도 서행을 해야 될 정도로 퍼붓는 빗속에서 택시기사 김씨가 한 아리따운 여인을 태웁니다. 그런데 이 여자, 수박 만한 게 들어있는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탔어요. 아무래도 그거(?)겠다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면 공포의 스무고개가 시작되는데, 끝에 밝혀진 진실은 예상 보다 더욱 끔찍하고 놀라워요. 제 생각에 이 작품의 백미는 스무고개의 첫 질문을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압박감과 긴장감 조성이에요.

 

 

피드스루 by 노말시티

피드스루라는 기술로 누구나 손상된 신체 대신 인공 신체를 부착할 수 있는 시대가 배경이에요. 누구나 돈만 있으면요. 아주 많은 돈. 형사 딘은 그럴 정도의 돈이 없었기 때문에 괴한의 총격을 받아 생명이 위태롭던 딸 마리에게 인공 신체를 주지 못하고, 머리와 인공 혈액 공급기만 연결하는 게 고작이었어요. 암거래를 통해 인공 신체를 구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는데 그와 함께 박진감 넘치고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 집니다. 후속작 <멀티플렉서>도 있어요.

 

도망간 머리 by 위래

뎅겅 뎅겅 1탄에 포함시키려다 같은 작가님의 <잘린 머리의 쓸모>를 큐레이션 소개 작품으로 걸고 싶어서 제외했던 작품이에요. “납치가 아니라 살해. 흥미로운걸. 살해는 범법인데.” 라는 대사를 치는 흥미로운 탐정 야미가 즉시 동결 기술을 둘러싼 밀실 살인 사건을 수사합니다. 살짝 근미래의 SF이지만 회사에 종속된 연구원은 지극히 현실적이네요.

 

환태 by 번연

눈 앞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동양풍 판타지 작품입니다. 남방신의 딸이자 청룡으로 태어난 계집이, 제 어미를 빼닮은 아름다움으로 인한 비극을, 그 아름다움을 버림으로써 극복하는 이야기예요. 용들과 천계의 신화이자, 가족사를 둘러싼 비극이자, 여성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저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내용인데도 푹 빠져서 감상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신 후에는 Ello님과 후안님의 리뷰 두 편도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나와 잘린 마리와 평온한 날들 by 그린레보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치명적인 불호 요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만드셨으니까요. 살인 충동과 함께 살아 온 남자 주인공이 미모와 천재적인 두뇌를 겸비한 잘린 머리, 그리고 시체를 보면 사인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웃 여자의 도움으로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예요. 사실 도입부의 불편함 때문에 힘들었지만 후반부에서 완벽하진 않아도 얼추 봉합되긴 해요. 훌륭한 작가님이시니 현재의 감수성에 맞으면서도 재미는 반감되지 않게 고쳐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후속편 <나와 잘린 마리와 추락의 추억> 도 있어요.

 

 

아까시나무 by 배명은

따끈따끈한 머리네요. 남편은 죽었는데 당신의 아들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힌 시어머니가 단화를 데리고 깊은 산중의 기이한 무당을 찾아갑니다. 시꺼멓게 죽어 가는 아까시 나무에 괴기스런 꼬치가 달려 있어요. 하나를 찢었더니 머리가 굴러 나오고…

 

 

그리고 배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깨진 머리가 두 개 왔는데요. 발송인이 같은 걸 보니 애초에 포장을 잘못하신 것 같네요. 다음엔 주의 부탁드릴게요.

 

수박 깨기 by 김청귤

음주운전 뺑소니범을 쫓다가 망치와 삽을 휘둘러 한 마을의 수박을 모두 깨는 액션 활극이에요.

 

돈가스 만들기 by 김청귤 

여성 혐오로 점철된 ‘시의 이해’ 수업을 듣던 여름이 중간고사를 대체하여 직접 쓴 시를 낭독하는 시간에, 교수인지 강사인지 모를 예술하는 아저씨의 ‘직접 겪은 일을 솔직하게 쓰라’는 가르침을 실천합니다. 돈가스 만드는 망치와 즉흥시로요.

 

 

이웃들 보는 눈도 있고 하니, 다음부터는 잘린 머리를 발견하시더라도 저희 집 앞에 던져두지 마시고 디엠이나 쪽지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