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그’, 이름은 ‘ㅣ’만 남기고 날아갔다. 작품 속 주인공의 거취에 대하여 논하자면, 일단 흔히 말하는 자살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날아갔다고 표현이 되고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살이다. 세상으로부터 명백히 고립한 한 인간의 소실을 그리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가 날아오른 공원에서 노인과 중학생이 그에 대해 몇 마디를 나누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흔히 오는 데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다는 말이 있다. 그것처럼 죽음이란 이르다든지 빠르다든지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중학생과 노인이 함께 그의 죽음에 대해 말했던 것이 아닐까.
그의 죽음은 꽤 외로웠던 것 같다. 부모도 친구들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의 흔적을 지웠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자신과 관련한 모든 흔적을 지우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고립되어 살아갔던 것 같았다.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어간 셈이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두려운 법이다. 이 작품의 메시지도 정체를 알 수 없어 두려웠다. 분명 소재는 ‘자살’인 듯한데… 형이상학적인 서술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하지 않음으로써 두려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반쯤은 성공했다고 보여지지만.
마지막으로 혹시나 자살이 이 작품 속처럼 날아오르는 것인지, 이름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지 묻는다면… 글쎄. 나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과 슬픔, 그리움을 남기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마음의 상처나 짐을 남기기도 한다. 이 점을 유의해서 혹시나 이 작품을 접한 분들이 자살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 문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은 개인적으로 쪽지를 보내시거나 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