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스의 아이들에 대하여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릴리스의 아이들 (작가: 밀사, 작품정보)
리뷰어: 분홍나비, 19년 11월, 조회 121

릴리스의 아이들을 보았나요?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에게 그들은 전설 속의 존재. 잠 못 이룰 때 부모들이 겁주고자 인용하는 자들. 그렇기에 릴리스의 씨앗을 품고 있음에도 그것을 쉬이 잊어버리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아담은 릴리스를 역사에서 은폐하였고 이브는 릴리스의 찢기어진 신체를 남용할뿐. 인간의 신체에 멋대로 위도와 경도를 긋는 아담의 질서 속에서 릴리스와 그녀의 아이들은 그저 신비동물학적인 존재에 그칠 뿐. 조악한 괴생명체 영상처럼 목격담만 즐비할 뿐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은 결코 릴리스의 아이들의 터럭 하나 알지 못한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어요. 달빛 푸르른 어두운 도심 속 아담과 이브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그네들은 살아있어요. 환영해요. 당신이 아담 혹은 이브의 자손이라면 결코 쉬이 알지 못할 존재들을 들려드릴게요.

구미호 또는 웨어울프. 세간의 전설과 달리 이들의 실체는 사실 더욱 복잡하지요. 자의 혹은 타의로 이것과 저것 사이에 속하여 그 속에서 번민하는 이들. 번민의 흐름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와요. 밤이 되면 껍데기를 벗어 던져 본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껍데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정기를 모으거나.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 사이의 모습으로 굳어져가거나. 하지만 이들은 결코 안심할 수 없어요. 반 헬싱들이 그들을 찾아다니거든요. 구마단 소속의 반 헬싱들은 탈 구미호를 추구해요. 그들을 이것으로 고정시키는 사술을 걸어 아담과 이브의 껍데기를 육신 아래 완전히 꿰메버리려 하지요. 이브의 자매들 소속의 반 헬싱들은 심판을 추구해요. 고르곤의 머리카락을 찬양하는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릴리스의 아이들인 구미호들을 증오하지요. 따라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존재의 폐기. 이 땅에 단 한 마리의 구미호들조차 남아있을 수 없도록, 릴리스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구미호라는 개념을 지워버리는 것. 그렇기에 구미호들은 영원한 디아스포라를 피할 수 없어요. 그저 육신 하나 맘 편히 누일 곳을 찾아 오늘도 방랑길을 떠난답니다.

유니콘. 오색찬란한 물감으로 자신의 몸을 수놓는 존재. 몸에서 빛이 나기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이들. 아담에 가까울수록 유니콘을 싫어하며, 릴리스에 가까울수록 유니콘을 좋아하게 되어요. 그래서일까요? 수많은 릴리스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유니콘은 가장 인기가 많은 종이랍니다. 날짐승과 길짐승, 두발 동물과 네발 동물, 수컷과 암컷을 넘나드는 유니콘은 아마 릴리스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은 자식 중 하나일거에요. 아담의 시체가 곰팡내를 풍기는 지금, 유니콘의 터럭은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답니다. 아담과 이브의 사랑을 전도하는 이들마저도 유니콘의 털을 작품 속에 누벼넣고는 하거든요. 하지만 유니콘들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저 매일 매일 새로운 털갈이를 하며 그저 뚜벅뚜벅 걸어갈 뿐.

사탄. 구마단에 의해 사탄이라고 불리는 존재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체위가 조금 특이할 뿐이랍니다. 사탄이 악행을 저지른다는 편견은 구마단에 의해 널리 퍼졌지만, 오히려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이 더한 악행을 저지르는 지금. 사탄의 악행이 직업이었다면 그들은 아마 해고당했을 거에요. 외향은 아담 혹은 이브와 별로 다르지 않기에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은 그들을 자신의 동족이라고 오해하지만, 릴리스의 아이들이 한데 모이는 발푸르기스의 밤이 오면 그들은 자신의 사타니즘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지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발푸르기스의 밤에 대해 좀 더 말해볼까요? 그것은 릴리스의 아이들이 아담과 이브의 아이들과 접촉하는 몇 안되는 순간이지요.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 사이에 숨겨진 릴리스의 씨앗은 개화하고 그녀의 흩어진 육편들이 재조립되어요. 언젠가 종결되기 위해 치뤄지는, 릴리스의 아이들의 상봉식이랍니다.

발푸르기스의 밤을 몇 번이나 더 지새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은 올거에요. 아담과 이브가 하나로 섞여들어가는 순간이. 육체의 위도와 경도가 그저 선에 불과한 순간이. 구미호가 꼬리를 나풀대며 출근을 하고 유니콘이 아담에게 발길질을 하지 않는 날이. 사탄의 이름이 바뀌고 발푸르기스의 밤이 한낱 동네 축제가 되어버리는 날이- 릴리스와 아담과 이브의 시체가 삭아 없어진 땅 위에 그들의 자식들이 뿌린 씨앗에 싹이 나는 미래가.

그러니 릴리스의 아이들이여.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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