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시하세요. 그리고 걸으세요. (기계적인 여성의 나레이션 톤) 단상

대상작품: 사자토템 (작가: 도래솔래, 작품정보)
리뷰어: 밀사, 19년 10월, 조회 141

리뷰라는 걸 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써요. 얼마나 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브릿지에 글을 여러 편 올린 주제에, 정작 이 곳에서 제대로 읽은 작품은 얼마 되지 않아요. <사자토템>은 단숨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갈한 간결체의 문장은 세월이라도 농축한 듯 진하면서도 산뜻했네요. 그리고, 반전이 허망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글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단숨에 읽을 정도라니까요.

성차라는 것에 대해, 언제나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언제나 도태된 것들이 여성의 몫이었던 여성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 소설이 어떤 이상적 대안을 그려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여성사의 압축적 변주일 따름. 작가님 또한 이것을 잘 알고서 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이 귀한 이유예요. 여기서부터 시작하고 출발하는 용기를 우리가 만들 수 없다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이룰 수 있겠어요?

모판이라고 하셨어요. 보통은 어린 것들을 무사히 자라나게 하기 위해 쓰는 도구입니다. 이 도구의 속성에 절절하게 절망할 줄 아는 분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리라, 현대라는 당대에 그 분이란 다름아닌 도래솔래 님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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