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취직을 개인 PC를 샀더랬죠,, 그때가 98년쯤 되었을겝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와이파이로 광속 접속이 되던 시절이 아니라. ADSL인가 뭐신가 전화를 통한 모뎀 접속방법같은 뭐 그런 걸로 인터넷을 하던 시절이었죠, 퇴근 후 밤마다 프리챌이나 지오피아같은 지역 동호회나 취미동호회 채팅방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채팅을 즐기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자주 갔던 방은 영퀴방이었는데 총각시절이다보니 대부분의 채팅회원들이 여성이었고 흑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동호회 모임을 하자는 방장의 제안에 따라 그당시 아직까지는 소소하게 열리며 자리를 잡아가던 남포동 대한극장 부근 커피 전문점에서 전국에서 모이기로 했죠, 그당시 채팅뿐만 아니라 전화로도 이런 저런 안부와 서로 소통을 하던 시절이었던 지라 정말 흑심을 많이 가졌더랬습니다.. 이번 기회에 혹시 내가 결혼을 할 지도 모르겠다라는 뭐 그런 기대감?
두근두근 부산으로 넘어가 모임의 장소에 도착하고서더 한참을 서성인 끝에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작은 인원이 모여있으시더군요, 채팅이나 전화상으로는 통화를 나누었는 분들이 말이죠, 그동안 목소리만으로 채팅창의 문장만으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각인했던 그런 분들은 단(?!) 한분도 안계셨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들려오는 말들은 대화와 목소리와 얼굴이 어찌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냐는 것이었으니 저만 착각과 오해와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었던 모냥입니다.. 솔직히 실망이 많았습니다만 그것도 잠시 잠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니 몇 달이 넘게 소통했던 그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달되더군요, 대다수가 저보다 젊고 어린 이들이었지만 그시절 단순한 채팅과 취향적 소통만으로도 서로에게 만족하며 즐겨웠던 낭만이 가득했던 추억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해서 좋은 만남으로 이어질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도 확실하게 깨달은 시절이었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가 나와 같은 취향과 흥미를 가진 이가 있다면, 그래서 그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나름 사는 재미가 있죠, 저로서는 지금 현재 제가 좋아하는 대중소설을 모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즐기고 함께 소통하곤 합니다. 물론 이곳 브릿G도 그중 하나의 플랫폼이군요, 재미있고 즐거운 소설을 읽고 그 느낌을 나누고 함께 하는 소통적 매력은 항상 좋습니다.. 물론 이런 독후감을 적음으로서 제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같은 부담감과 민망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런 소통적 방법을 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런 저런 씨잘데기없는 개인적 넋두리라손 치더라도 말이죠, 그냥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비평과 서평의 레벨이 되면 더 좋겠지만 그냥 한 작품을 읽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개인적인 단상이나 추억이나 생각들을 끼적대는것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고마움을 가진다는 뭐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작품도 그런 과거의 기억과 함께 미스터리한 작품적 즐거움을 만났던 것이죠.. 그리고 지금도 운전중에 잠이 올 때 아이들과 하는 ‘스무고개’게임에 대한 부분도 말이죠, 언제나 시작은 생물인가요, 무생물인가요입니다..ㅋ
위에 말했던 그런 추억의 채팅을 즐기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과거 미스터리 동호회의 회원들이던 네 명의 남녀가 주인공이네요, 그중에서 중심 인물은 총무를 맡았던 ‘나‘ 양여준과 ’로매‘조장섭과 동호회의 중심 ’여고‘김남중이죠, 소설은 두 개의 사건과 축으로 이어집니다.. 초반과 중반에는 관찰놀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미스터리가 중심이 되죠, 프롤로그에서 이들 동호회 회원들은 우연히 유괴를 당할 뻔한 아이를 구해주게 되고 그리고 난 후 ’여고‘가 사라지고 동호회는 지리멸렬하면서 그 의미 자체가 사그러들어버립니다.. 그렇게 이들은 자신의 삶에 집중하면서 세월이 10년이 흐르죠, 그리고 삼촌의 집에서 백수로 살아가는 ’나‘에게 우연히 ’로매‘가 전화가 옵니다.. 그리고 그는 미스터리한 한 사건을 이야기하며 그때 그시절 미스터리 동호회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나‘를 그 시절로 돌려놓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로매와 함께 사건을 파악하던 중 끔직한 일이 벌어지고 로매는 사라집니다.. 이것이 첫 번째 사건으로 일명 ’관찰놀이‘라는 부제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중반부까지 진행된 이야기는 ’관찰놀이‘로 다시 만나게된 이들이 과거 동호회의 중심인 ’여고‘형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끄집어내어 그 사건의 미스터리함을 해결하게 됩니다.. 말그대로 ’탐정놀이‘죠, 이 연작 소설의 중심에는 여전히 청년실업의 현실적 모델로서 비리비리한 모습이지만 가장 밝고 날카로운 젊음이 있습니다.. 그들이 ’로매‘와 ’나‘죠
총 2부로 나뉘어진 작품은 1부의 부제 ‘관찰놀이’에서 주어진 사건의 흐름에서 조금은 유쾌하고 코지스러움을 강조하는 편안함이 느껴졌다면 2부의 ‘탐정놀이’는 제대로된 미스터리적 측면을 강화하여 굵직하면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진지함이 담겨있습니다.. 이 소설속에서는 지금 세상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관찰이나 탐정놀이에 쓰여지는 디지털 소재나 편리한 도구보다는 과거(그렇지만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뭔가를 찾고 밝혀내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그런 구식스타일이 눈에 띕니다.. 서로 빵집을 찾아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정리하고 출력된 종이로 단서를 쫓고 그렇게 소통한 단서를 만나서 자연스럽게 그 대상에 대입하여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전형적이지만 매우 편안한 미스터리적 해결방법이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1부의 이야기를 이끌어감에 있어서도 갑자기 이루어지는 상황적 연개성이 헐거워 보인다고나 할까요, 사건의 해결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설정들을 제시한 부분부분들이 좀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고 그냥 미스터리를 이끌어내기위한 장치만 상황에 맞게끔 숨겨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하면 이상할까요, 그리고 2부의 이야기는 흠, 좋았어요.. ‘여고’가 사라진 미스터리한 상황을 만들어낸 부분과 프롤로그를 중심으로해서‘여고’의 진실까지 가는 방법과 그 의도에 대한 작가님의 방법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만 ‘여고’라는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그 캐릭터의 입체감은 전혀 다가오지않았습니다.. 분명 소설의 전체적 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로 독자에게 공감이 이루어져아할 부분임에도 그런 설명들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반적으로 미스터리를 만들어가는 부분들은 즐기면서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고민하고 다듬고 여러 방법을 떠올리지 않고서야 작품속의 미스터리한 상황과 그 결론과 방법들을 이끌어내지 못하리라 여겨집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작가님은 추리적 기법과 인물들의 캐릭터적 편안함을 잘 구현하신 듯 해서 좋았습니다.. 사실 ‘로매’나 ‘여고’의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 양여준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현실적 캐릭터로서 이태백의 쳥년의 아픔과 흔한 자괴감 섞인 활달함을 잘 표현하신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소설이 막 긴장감이 넘치고 스릴러와 서스펜스와 추리적 고민으로 궁금증이 휘몰아치며 각 회차를 미친 듯이 클릭하며 집중해서 읽은 것은 아니라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미스터리소설이라면 차분히 즐기며 흐뭇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그랬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드리고 기회되시면 다른 작품들도 좀 집필해주셔서 많은 즐거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