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에서도 좀비아포칼립스 문학상을 열고 있긴하지만, 정말 좀비에 대해서 아직도 더 채광할 것이 남아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기간내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온 장르가 좀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를 참조하시길 바라며, 좀비는 사실 그냥 말못하는 환자다! 라는 설정을 제가 처음 접한 것은 가정의 달 5월에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온가족이 다함께 읽을 수 있는 메디컬 휴먼드라마 프랑켄프랑에서였습니다. 해당 에피소드도 참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내용이었던걸로 어렴풋이 기억나는데요, 본 작품도 좀비 현상에 대한 의학적 접근을 시도하는데 유쾌하게도 그 사유가 맥도날드적이라는 점이 차별화됩니다. 그리고 다음 내용은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지적자산의 거래가 불발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단 서두에 화자는 광고의 일환으로 왜 우리는 좀비 슬레이어를 선망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 사실 개인적으로 아깝게 느껴지는데, 뒤에 말씀드리겠지만 주인공이 좀비를 ‘반드시’ 제작해야하는 이유로는 이것만 있는쪽이 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본인이 실제로 좀비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내시경과 관련한 사회경제적 역경이 좀 섞여있지만 크게 보자면 주인공이 좀 더 정신나간 연산군의 조선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요. 그래서 신나는 생체실험 끝에 이걸로 투자이민을 받아주십사 하지만 맙소사 인권침해 하면서 실패하고 끝나는 블랙코미디가 되겠습니다.
우리 주인공에겐 사람을 유사좀비로 만들어야하는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야 남들이 재밌으니까. 그리고 그럴 능력도 있습니다. 의학 박사니까. 이 두 가지는 이미 좋은 뼈대입니다. 개연성이 좋은 근육이 되어주면 좋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재미지게 좀비를 죽이고자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암러빙잇 맥도날드 좀비랜드지요. 이건 좋습니다. 그런데 왜 주인공이 그것을 위해 망명을 해야할까요? 이 지점에서부터 설정과잉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외국어로 된 의학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지만 본국의 의학기술이 세계수준에서 한세기나 뒤쳐졌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합니다. 주인공의 나라는 이디아민 뺨치는 막장행각의 군주가 다스리는, 그나마 군사력도 미개한 망테크의 나라지만 주인공이 망명하고자하는 국가는 딱히 정복 내지 내정간섭을 시도하지는 않고 비웃고만 있습니다. 물론 두가지 모두 설명가능한 현상일 수도 있으나 이런 내용이 ‘사람으로 만든 좀비 학살 놀이공원’이야기에 반드시 필요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편소설이니까요.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의 분량이 한정적이라면 핵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서워 보이기위해서 무서운 좀비를 만들어서 무섭게 도륙내고 싶어하는 유쾌하고 멍청한 왕이 없었다면 이 작품의 특색이 많이 반감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이 개성이 삼겹살에 와사비 보다는 김치칵테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굳이 조선을? 그것도 미개한 버젼으로? 느낌으로요. 꼭 제가 매드사이언티스트와 메디컬 호러를 선호해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요는 이야기 하나에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이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좀비제작기는 재미있게 읽고있었는데 왕한테 좀비 납품할때마다 어딘가 김이 새는 것이 반복되는 복잡한 심경이 읽는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신기한건 그래도 단번에 읽게 되었다는 점인데, 이것이 기왕 어디까지가나 보자싶은 자극성 때문일수도 있지만 명백히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앞으로도 좀비 장르와 작가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