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타협의 이야기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는 주인공이다 (작가: 타우, 작품정보)
리뷰어: , 19년 9월, 조회 86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리뷰를 보기 전 작품을 먼저 보시기를 권합니다.

.

.

.

.

.

 

사실 ‘좀비 아포칼립스’ 하면 떠오르는 구성은 선택의 여지가 얼마 없다. 죽었다 깨어나는 부두교의 주술, 걸어 다니는 시체, 사실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에 많이 기대는 건 이유야 말할 것도 없고. 아무래도 죽음이라는 금기시하는 소재를 다루는 거니 일단 좀비가 나오면 뭔가, 세상이 멸망할 거야 하는 압박감도 들고. 특히나 사람들이 공감하는 건 내가 아는 지인, 혹은 사랑하는 연인, 가족들이 헷가닥 변해서 나를 공격한다는 그 공포에 있다고 본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결국 온 세상 말세인데 주먹 쥐고 버티는 쪼쪼 모임들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대다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본적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는 내가 알던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공포를 중점으로 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는 못 산다는 가정으로 옆집 아줌마 윗집 아저씨 슈퍼 할머니 등등 뭔가 거미줄 같이 엮여 있는 사회적 관계가 무너지며, 나(여기서 나는 작품의 주인공이다) 빼고는 모두 변했어 – 안 변한 애들이랑 팀 먹고 버텨야 해 – 라는 서바이벌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즉 생존의 이야기가 중점이 된다.

 

이 작품, [나는 주인공이다]의 매력은 이 모두가 암암리 따르라고 하는 구성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것에 있다.

 

평범한 주인공이 목욕탕에 가면서 겪게 되는 상황은 우리가 흔하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전개로 진행된다. 물론 태그부터 좀비이니 좀비가 나오는 건 당연하겠고, 역시나 뭔가 알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야단법석 난장판이 펼쳐진다. 클리셰를 아주 잘 이용하는데, 희생하는 조연 (모두가 원하는 즉, 죽어서는 안 되는데 죽는 희생양)부터 시작해서, 우연히 현장에 있던 히어로 급의 캐릭터 등장과 딜레마에 빠져 갈등하는 주인공의 생각까지 빠른 전개와 좋은 가독성으로 흥미를 이끈다. 글을 읽기만 해도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영상화와, 숨 돌릴 틈 없이 읽히는 좋은 문장은 전형적인 좀비 장르 소설의 판을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이쯤만 와도 훌륭한 진행인데 생각지 못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작가의 아바타다.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자신을 투영하는 캐릭터를 종종 만들고는 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뭔가 현실적인 디테일과, 소망 혹은 욕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참작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작품을 진행하면서 지인 혹은 가까운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내 작품 어때? 여기서 진행은 어찌할까? 이거 결말 이상해? 괜찮아?

 

이 작품은 죽죽 뻗어 나가는 진행 중간중간 뜬금없는 멘트들을 날린다. (주인공만 알아듣는 알 수 없는 목소리로 표현된다.)정말 죽일 거야? 내 맘이지. 이것은 작품을 보다 보면 알 수 있는 일종의 허들이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쓸 거냐, 아니면 보는 독자들의 감성에 타협할 거냐. 이 멘트들은 작가 자신이 글을 써오며 느낀 장애물이고, 그런 장애물을 넘을 거라는 작가의 의지가 담겼기도 하다. 그러나 묘하게도, 작품 속 주인공은 이런 창조주의 생각을 알아듣는다. 그리고 분노한다. (중요하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면, 상상치 못한 제4의 벽과 마주치게 된다. 가상에서 현실로 넘어와 진정한 좀비 아포칼립스를 만드는 것이다.

 

작가를 투영한 작품의 캐릭터, 즉 아바타가 분노하며 넘어와 현실 아포칼립스를 만든다. 내가 느낀 것은 이렇다. 독자와 타협하지 않은 작품에 대한 반격, 즉 작가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장애물. 항상 고민하는 부분인 것이다. 작품을 쓰면서 느끼는 뭔가, 작가 자신과 독자의 허들. 이 작품은 그런 은유를 담고 있다. 술술 읽히는 영화 같은 장면들과는 별개로,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막고 있는 장애물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단지 메타적인 부분에 기발한 작품이라 평하며 끝낼 수 있겠지만, 필자 역시 글을 쓰기에 더 깊은 심연을 봤다.

 

물론 이런 개인적인 분석을 버리더라도, 아주 재밌고 흥미진진하며 기발한 작품이다. 특히 장면의 상상, 영상화에 대한 묘사가 훌륭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역시 작가의 실력이라 할 것이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