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이야기 속의 인류는 천재 과학자 ‘한센’이 발명한 뇌를 진화시키는 약을 먹는다. (다시 말하지만 발달이 아니라 진화다. 발달을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 오토바이를 만드는 것이라면 진화는 비행기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의 복용을 반대한 종교인들 조차도 한센의 ‘먹지 않는 자는 도태될 것이다.’라는 협박과 협상에 굴복하고 만다. 약효가 나타나기 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요한다고 설명한 한센은 은거한다. 하지만 약을 먹은 사람들은 약 효능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고, 은거한 한센의 연구실로 향한다. 거기서 연구에 사용된 수많은 유인원과 연구원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시간이 흘러 한센이 만든 약의 효능을 받은 사람들이 태어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뇌의 진화를 통해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반해 사람들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씨커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인류의 일부는 이에 따른다. 자살율이 높아지자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둘의 싸움은 티비를 통해 생중계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 상당히 많은 참고 문헌(가상의 서적이지만 현실 지식을 기반으로 했다고 생각한다.)과 과학적 이론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배경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론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이를 설명하는 글솜씨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스무살때 썼다고 하니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바이오 하자드나 혹성탈출, 성경과 메시아 등 많은 부분을 생각나게 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이야기가 한센의 이야기를 1권에 그리고 한센을 추적하는 잭슨과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시커의 이야기를 2권에 묶어서 두 권으로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단편이나 중편과 장편은 또 다른 맛을 주기 때문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많다. 대부분 핵이나 알 수 없는 병균에 의해 인류가 멸망한 후를 그리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자살하는 인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향해 가는 이야기 라서 흥미롭웠다. 관점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지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속의 이야기에 모두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장편으로 재 탄생한다면 이야기가 좀 더 풍부해 질 것이고, 좀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말한 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에 떠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살 이라는 방법을 통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