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빵’은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블랙코미디입니다. 시종일관 시크한 어조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술 취한 듯 좌충우돌 하면서도 나름 분명한 선을 따라 전개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얼핏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큰 그림에는 충실합니다. 그 큰 그림이라는 게 드래곤을 토벌하러 가는 용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통통 튀는 듯한 문장들과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덕분에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딤도르’라는 이름만 들어도 어벙한 느낌이 풍겨오는 ‘자기주도형 용사지망생’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는 극성 어머니의 세뇌마법 (!)을 통해 자기주도형 용사지망생이 되었습니다. 술집에서 파티를 구성하게 되는데, 극적인 승리를 위해 자기 대신 죽어줄 동료 (모험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으면 용사의 칭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로서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용 토벌단에 참가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데, 면접 내용도 가관입니다.
“전 검술을 아주 잘합니다.”
“검술을 잘한다고. 그렇군, 그러면 자네 하늘을 나는 참새를 검으로 벨 수 있나?”
“아니오, 그건 좀.”
“새도 못 베는 검술을 익힌 주제에 드래곤을 잡겠다고? 이봐, 자네 드래곤이란 생명체에게 날개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아나?”
“검을 던져서라도…..”
그리고 (예상과 달리) 면접에 합격한 딤도르는 함께 붙은 동료들과 토벌단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용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 뒷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는 게 좋겠네요.
길지 않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묘사는 최소화하고 내용을 빠르게 전개시키기 때문에 이야기 전체의 볼륨은 결코 작지 않게 느껴집니다. 엘프들의 ‘렘바스 빵’ 처럼, 소식했는데도 배가 부른 느낌이랄까요. 다만 초반부의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은 있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포진한 현실 풍자적인 요소들과 재치 넘치는 코미디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