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을 위한 신개념 해설 무협지 감상

대상작품: 무명의 별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19년 6월, 조회 191

작품을 읽으며 작가가 선택한 ‘영 어덜트 (Young adult)’라는 해쉬태그에 주목하게 되었다. ‘영 어덜트’라고 하면 마케팅 등의 사회과학 측면에서는 연령별로 세분화된 소비자 중에서도 보통 22세에서 25세까지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또, 장르 소설 관점에서의 ‘영 어덜트’는 주로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로맨스나 판타지 요소를 녹인 성장 소설의 틀을 따르고 있는 소설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영 어덜트’라는 해쉬태그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작가가 특정연령의 독자층을 공략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을 구상한 측면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을 보면 작가의 이러한 구상이 소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설 속 화자인 권별은 전통적인 무협소설에서 강조되는 도리와 이치, 틀에 박힌 예절 등을 거부한다. 오히려 현대의 영 어덜트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무협용어를 쉽게 전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권별은 ‘이게 말이죠. 쉽게 말하면 뭐 대충 이런 뜻이예요.’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영 어덜트들이 무협용어를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권별은 독자들에게 ‘문파’를 일종의 무공을 배우는 사람 버전의 연예기획사로, ‘전음’을 무공 버전의 비밀 대화방으로 설명한다. 그야말로 신개념 해설 무협지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또 다른 해쉬태그 ‘현대무협’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손발이 바빠 죽겠는 와중에 굳이 낯뜨겁고 고리타분한 말을 주고받곤 하는 무협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했을까? 이에 대한 단서는 스승 장호비가 제자 권별에게 무공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별아 이 세계에선 힘을 가지든 가지지 못했던, 부자이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건,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건 관계를 맺고 있는 모두가 서로가 서로의 족쇄가 되고 구속이 되곤 해. 하지만 무림인.. 우리 같은 사람들.. 무공을 익힌 사람들의 세계에선 그렇지 않아. 힘이 있다면.. 힘만 강하다면 누구라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단다. 그게 나이가 많든 어리든, 여자이건 남자건, 장애를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장호비는 무공을 익힌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세상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영향 받거나 구속되지 않고 오직 내 의지와 뜻을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작가가 무협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이다. ‘무명’과 ‘별’이 중심이 되어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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