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과 ‘로맨스’를 담아서 x발! 감상

대상작품: 프라우다(правда) (작가: 유기농볼셰비키, 작품정보)
리뷰어: 코코아드림, 19년 5월, 조회 232

개인이나 집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여행을 하는 초자연현상을 일컫는 용어인 ‘타임 슬립’.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타임슬립’ 장르를 많이 접해왔습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 한국과 미국, 스페인, 러시아 등에서 리메이크된 영국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그리고 팀 버튼 감독의 ‘혹성 탈출’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상당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 타임슬립 소재를 차용하고 있죠. 지금 소개하려는 소설 역시 ‘타임슬립’ 소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무언가 뻔한 듯 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소설, ‘프라우다’ 입니다.
‘프라우다’는 대한민국 국적의 기자 ‘송진아’가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르고 독일 제3국의 종군기자 ‘릴리 슈타이너’의 몸으로 뒤바뀌어 동부전선의 한복판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어딘가 영 좋지 않은 시작은 ‘릴리 슈타이너’(의 몸을 한 송진아)의 고난이 앞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하고 있습니다. 역사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그런 거 없고 역사와 열심히 구르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만 남아있는 이 소설의 끝은 과연 평화롭게 끝날 수 있을까요?

 

‘프라우다’의 역사 고증은 굉장히 깔끔한 편입니다. 작가분이 구소련 연구에 일생과 영혼을 바쳤다는 과장 섞인 말도 딱히 틀린 것이 없을 정도로 그 시대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편입니다. 어중간하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정보를 습득한 것이 아닌 작가분의 ‘덕후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아인자츠그루펜, 제 3 제국, 키예프 전투 등 세계사 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내용들이 릴리 슈타이너…의 몸을 한 송진아의 일대기를 따라 전개되고 주변 인물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급됩니다. ‘역사 소설’은 사전 정보 없이 장벽이 꽤 높은 편입니다. 특히 외국의 역사는 세부적인 내용으로 파고 들수록 낯선 존재라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프라우다는 이러한 장벽을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낮춰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전 정보가 필요한 부분에는 직접 주석을 달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재미와 공부,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프라우다의 또 다른 재미는 작가의 말을 보는 것입니다. 부가 설명이나 작가의 사담을 적어 놓은 작가의 말은 글을 뒷받침 해주기도 하며 동시에 소설의 여운을 계속 이어 나가게 해줍니다. 비슷한 시대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 비교적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확실히 프라우다는 밝고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작품이 틀림 없습니다. 작가분의 주장과는 달리 ‘힐링 로맨스’와는 거리가 굉장히 먼 타임슬립 역사 소설 이지만, 흡입력있는 전개와 참신한 주인공의 등장으로 그조차 용서가 가능한 소설이 바로 ‘프라우다’ 입니다.

 

Ps. 작가님의 닉네임을 보니 문득 외쳐보고 싶어졌습니다.

멘셰비키 만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