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러브크래프트를 읽었을 때, 뛰어난 문장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판단 속에서 나는 뛰어난 문장의 화신으로 김훈을 꼽았고, 짧은 호흡의 문장을 문단 속에서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글쟁이의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는 그러한 나의 판단에서 가장 멀리 벗어난 작가였다.
하지만 그의 표현력은 대단한 경지의 것이었다. 긴 호흡으로 풀어나가는 재앙의 풍경, 이해와 상식을 벗어난 풍경을 처절하게 묘사해나가는 러브크래프트만의 표현력이 대단했다. 그 표현력의 요체는 어휘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이야기가 길었다. 글쟁이 OuterSider의 단편은 대체로 러브크래프트를 닮았다. 만연체로 서사를 이끌어나간다는 점도 비슷하고, 묘사하는 방식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어둡고 음습한 어감을 풍기는 단어를 잘 캐치한다. 그러한 단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단편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간다.
다만 지나치게 러브크래프트에 얽매여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체적인 서사의 전개방식도 그러하고,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도 러브크래프트를 닮아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그렇게 태어난 창조는 모방의 자랑스럽지 못한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품에서 서둘러 벗어난다면, 러브크래프트의 색채에서 벗어나 “우주에서 온 색채”에 조금씩 물들어간다면, 그리하여 자신만의 색채로 지면을 물들여나갈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글을 써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