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자마자 작품의 주제를 알 수 있었지만 누르지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식상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야말로 한결같이 날카로운 법이란 걸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어요.
저는 노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품에서 끌어오자면 버스를 지나치면서 “나는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하고 말하는 대학생이 저일겁니다. 친구와 다소 극단적으로 이야기할때는 심지어 늙느니 빨리 죽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반은 진담이고요.
제가 겪어온 모든 노인의 기억이 그랬습니다. 부정적인 것들 투성이에요.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는, 손녀가 예쁘다며 붙잡아 앉혀 엉덩이를 애정 담아 때리다가 결국 절 몇 번이나 울리고 만 증조할머니가 계시고,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는 다른 자리 놔두고 부득불 임산부석에 앉아 주변에 눈동자를 굴리시던 할아버지가 있겠네요. 외가나 친가 어르신들에게서도 정신적 지지를 받기보다는 귀여운 손녀로서의 의무를 다하라고 강요받던 기억만 있고…게다가 그 분들은 모두 치매가 오셔서 가족들에게 누구의 잘못도 아닌 슬픈 기억만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네, 저는 기꺼이 그들을 미워하기로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다 그들의 탓이라고요.
누구의 탓일까요?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가 드는 것은 분명 죄가 아닐텐데, 아니어야 하는데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노인의 목소리는 쉽게 지워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건 젊은이들의 몫이니 빨리 죽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농담하는 어르신들도 계시죠. 정 씨 어르신처럼요. 항상 가볍게 넘기고 한 편으로는 반 쯤 동의하던 그 말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지를 깨달았어요.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부품과 무엇이 다를까요. 세대가 지났지만 한 때는 유행이었던 (메타적으로는 지금 한창 유행인) 전자기기와 노인의 위치가 아주 겹쳐 보였습니다.
리뷰를 쓰면서도 답을 알 수 없어요. 생각이 쳇바퀴를 돌고 있네요. 노화는 불가항력인데, ‘추하게 늙는 것’ 또한 불가항력일까요? 그들을 존중하지 않고 변화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강요일까요. 그렇다면 어르신들의 낡은 생각이라거나 때에 맞지 않는, 어긋난 행동을 젊은이들은 받아들여야 할까요? 초등학교 때 가장 먼저 배운 것이 상호 배려와 존중인데 아직도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배운 걸까…
다만 확실하게 느낀 사실은 공존에 실패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노인에게서 사회로 편리하게 남탓의 대상만 변경할 수는 없겠지만요. 멈춰서는 안 되는 고민을 상기시켜준, 개인적으로는 오싹했던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추신) 다른 리뷰를 보니 주인공을 남성으로 인식하신 분이 많네요! 무척 놀랍습니다. 저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으로 생각하고 읽었거든요. 그래서 주인공과 정씨 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단둘이 술자리를 갖는 장면도 흔하지 않아 신기해 했는데… 관점이 다른 게 재미있어서 추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