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상태의 반대편 어딘가에서, 의심하고 의심하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에덴 동산 (The garden of Eden) (작가: 원시림, 작품정보)
리뷰어: 소윤, 19년 5월, 조회 47

1.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

내 주변에, 혹은 나 자신에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더러 찾아옵니다. 꿈 속에서도 그렇고, 유난히 독한 꿈을 꾸고 퍼뜩 잠에서 깨었을 때 익숙해야 할 내 침대와 천장을 알아보지 못하는 찰나도 그렇지요. 『에덴 동산』의 도입부는 그 감각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에서 깬 우리에게 찾아오는 ‘아 그래, 내게 익숙한 곳이구나-’라는 안정의 순간이 화자에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내가 처해 있는 공간과 상황을 해석해 낼 수 없고 화자는 질문을 던지다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화자는 이 상황에 격렬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이것이 잘못된 상황이라고 확정 지을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시선을 공유하는 독자는 그와 함께 쫄깃한 긴장 상태에 놓입니다.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미친 건지 판단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진공 상태인 셈이네요.

의식이 또 비집고 들어왔다. 내 것이면서 이질감이 드는, 어쩐지 색이 다른 것 같은 생각이 툭툭 섞여 들었다.

그러자 다른 가족의 존재를 떠올렸을 때, 시야가 넓어지기라도 하듯이 주변이 선명해 졌다. 사물이 색과 형태로 먼저 들어왔다. (중략) 녹색과 회색이 섞인 얼룩덜룩한 캔버스같은 네모가 먼저 보였고, 은백색의 테두리가 그려지면서 얼룩덜룩하던 것들이 사람 모양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때서야 어둑한 사각 캔버스가 바깥이 내다보이는 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각적 이미지, 특히 색감을 활용해 의식이 깨어나는 과정을 그려내신 것이 읽기 즐거웠습니다. 화자의 시야에 새롭게 등장하는 색들은 화자가 찬찬히 인식하는 주변 물리적 대상의 색상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대한 낯선 시선이라는 추상적 무언가(“색이 다른 것 같은 생각”?)을 표현해내는 감각으로도 작용합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도입부에 있었던 약간의 느슨함을 넘기면 작품 전체의 페이스가 날카롭게 잘 이어져서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전체적인 긴장감이 유지되는 와중에 중간중간 이질적인 장면(“안녕하세요? 저는 아이가 곧 태어나서 기뻐요.” 라던가, 선택을 거부한 화자를 훅 바라보는 ‘여신’들의 시선과 같은 순간들이요)들이 치고 들어와 쫄깃하게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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