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가리키는 디스토피아 감상

대상작품: 1호선의 브레히트 (작가: 삶이황천길, 작품정보)
리뷰어: 소윤, 19년 5월, 조회 46

1. 공동체로서의 연극

전 대학 연극 동아리에 꽤 오래 몸을 담았지만 한 차례도 배우로 무대에 선 적은 없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는 무대도 대본도 연출도 없어도 배우와 관객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연극 해보겠다는 대학생들은 다들 배우를 하고 싶어하는 편인데, 전 연기에 욕심도 로망도 없었어요. 전 그냥 사람들과 어떤 목표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습니다. 동아리방에서 몇 시간씩 이어지는 회의, 지쳐 나가 떨어질때까지 발품 팔던 동묘와 광장시장, 배우가 아니어도 함께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연습실의 그 시간들이 주는 감각은 쉬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하나의 세계를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만들어내는 감각, 그리고 공연장 예약 시간이 끝나면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그 세계를 함께 추억하고 일상 속에서 어떻게든 이어나가던 감각.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 이 작품의 초반부를 읽으며 기대하게 되는 서사가 있었습니다. 소외계층이 공동체에 소속되는 과정. 모두가 외면하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모습. 하지만 『1호선의 브레히트』는 그런 나이브한 기대보다는 훨씬 무서운 작품이었습니다.

 

3. 그래도 궁금하네요.

희곡 작가로서의 브레히트를 그동안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연극을 계몽의 수단으로 생각한 사람인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아마도 별로 정당하지 못한 사견 때문인데, 지하철에서 펼쳐질 그의 극을 상상해보니 그건 또 보고 싶네요. 브레히트는 자신이 주창한 서사극에서 ‘낯설게 하기’(소격효과)를 통해 관객이 극에 정서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불편하게 하고, 그들의 객관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억척어멈』에 역시 낯설게 하기 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고 익숙한, 그래서 당연해져 버린, 하지만 당연해서는 안 되는 면모를 품은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들이 브레히트의 극을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낯설어진 지하철의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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