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하고 더욱 미스터리한. 감상

대상작품: 사탄의 별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코르닉스, 19년 4월, 조회 69

게으른 감상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사탄의 별>은 개인적으로 리뷰를 적기 상당히 어려운 글이었습니다. 최근에 여러모로 바쁘다보니 지친 탓도 있었지만 좀처럼 그럴듯한 생각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리뷰 공모 기일이 지나고 말았네요. 하지만 이대로 넘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소재나 분위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으니까요. 적어도 왜 그럴듯한 생각을 떠올릴 수 없었는지 적도록 하겠습니다.물론 그 전에 제가 왜 <사탄의 별>을 마음에 들었는지 적어야겠지요.

 

저는 크게 <사탄의 별>의 두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나는 등장인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사탄이 마음에 듭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요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악마들은 너무 인간적이라 불만이었거든요.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보다 매력적이고 선량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보니 힘을 가진 징벌자로 등장하곤 하죠. 하지만 <사탄의 별>의 사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악마스러워요.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하는 짓은 징그럽습니다. 똑똑하고 사람을 마음대로 휘두를 힘을 가졌으면서 성격은 치졸하고 오만하고 관심받기를 좋아합니다. 끊임없이 인간을 기만하고 능글맞고 폭력적으로 굴죠. 그리고 계약에 얽매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클래식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싫은 구석이 넘치는 악마다운 악마라 할 수 있습니다. 자고로 악마는 저래야 하죠.

다른 하나는 분위기입니다. 이야기는 사탄이 등장하는 것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듯 싶으면서 기묘하게 흔들립니다. 그건 사거리에 얽매여 살짝살짝 흔들리는 시간축과 시점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고, 간혹 이상할 정도로 낯설게 그려지는 등장인물이기도 하고, 맥거핀은 아니지만 맥거핀처럼 느껴지는 몇몇 장면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는 의외로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계약이 악마의 질서를 보여준다면 저런 요소들은 악마의 혼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상당히 명확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분위기를 생각해서라도 작중의 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리거나 숨기는 것도 재미를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 많이 미스터리합니다. 감상을 적고 싶은데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막연하다보니 써야할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사탄의 별>의 초반은 사탄에 대한 정보와 낯선 정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따라가면서 생기는 궁금증과 기이함이 중심이 됩니다. 그러면 점점 사탄에게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왜 그러는지 궁금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부분에서 그 모든 게 전부 흐릿하게 처리됩니다. 물론 후반에 숨겨놓은 정보를 전부 쏟아내서 초중반에 쌓아놓은 매력포인트가 사라지는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반에 쌓아놓은 복선은 골격만 전달되고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명시되지 않고 끝나다보니 남는 의문이 너무 많습니다. 주인공의 어머니와 선생님과 서희의 어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그 계약과 제목인 사탄의 별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어떤 계약인지, 그래서 서한주와 사탄은 어떤 계약을 한 것인지.

 

극적인 장면은 등장했지만 마무리는 주인공과 사탄 사이에서만 되고 독자에게는 전달되지 않다보니 이야기가 매듭되지 않은 느낌이 든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전부는 아니라도 조금이라도 전달했다면 조금 더 깔끔하게 끝났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기묘한 분위기는 정말 좋았기에 분위기를 중시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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