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동북아시아의 두족류 사랑입니다.
성게 파스타와 레몬 뿌린 생굴을 사랑하는 소위 해산물 좀 먹을 줄 아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조차 두족류는 말 그대로 모독적인 괴생물 취급이었다죠.
저는 아마 유치원생 때 동해안으로 놀러 가서 처음 산낙지를 먹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지금 와서 두족류의 지능지수를 생각해보면 산 채로 토막나 살겠다고 꿈틀거리던 그 ‘발버둥’은 참 슬픈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근데 맛은 있었어요… 동해안 산인지 서해안 산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요. 근데 아직 먹물은 먹어볼 기회가 없었네요. 언젠가 먹물 파스타도 먹어봐야 할 텐데.
한국이 호불호 갈릴 수밖엔 없는 활어회로 두족류를 소비한다면 일본은 달달한 양념으로 구운 요리들이 인기죠. 문어 다리 맛있어요, 문어다리. 근데 타코야끼는 너무 뜨거워요… 뜨거운 거 잘 못 먹어서 슬프더군요.
고양이 관련 인기 유튜브를 보니 한국 고양이들은 집사가 준 두족류도 아주 맛나게 씹어 먹더군요. 나름 바다의 깡패에 속하는 두족류들은 이쪽의 뭍으로 나오면 최하위 피식자로 전락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가격 덕에 체면을 유지한달까요. 해산물 먹거리 종류 숫자에 비례해 바다에 대한 공포도가 달라진다니 참 흥미로운 문화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 해산물 문제가 아니라 대항해 시대와 동인도 회사 때문인지도? 손해보험이 그때 처음 생겼다죠…?
듣자 하니 유럽인들은 문어나 오징어 다리를 입술로 보기에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동양은 그냥 다리로 생각해서 먹음직하게 본다는데 사실 와닿는 표현은 아닙니다. 다리가 많은 쪽이 벌레가 생각나서 더 징그럽지 않은가 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오징어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은 다리가 아닌 ‘입’ 부분이죠…. 먹는 거 이야기를 하니 자꾸 딴 데로 새는군요.
르뤼에의 공포스런 존재건 크라켄의 강력크한 후손이건 이 동북아에서는 끗발 서기 힘은 게 바로 두족류들의 슬픔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러브 크래프트가 영화 올드보이를 봤다면 어떤 소설을 썼을지가 참 궁금해지죠. 그래도 필력이 받쳐주니까 이 편협한 문화권에서 르뤼에가 인정을 받지, 아니었으면 밈만 양산되고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쓰다가 생각난 부분인데 어느 웹툰 플랫폼에서 이 크툴루 신화가 한국의 토속신앙이란 설정으로 연재된 작품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그가 아닌 본격 호러 장르로. 아직 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 모독적인 신화가 느리지만 확고히 한국 장르계에 침투하는 정황이 참으로 감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맛있게만 보이는 두족류 신화가 이토록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데는 러브 크래프트라는 불세출 작가의 저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덧붙여 애국 보수의 요정 맥아더 장군과 해산물 신격의 대결은 여느 이능배물에 뒤지지 않는 숨 막히는 대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