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본작인 ‘은과 그녀’는 25화까지 연재가 완료 되었음을 알립니다.
사실 리뷰요청을 받고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처음이라 어떤 방향으로 글을 쓰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해봤던 것같네요. 장점보다 단점이 큰 작품이라 더욱 고민이 깊었습니다.
지금 쓰는 리뷰는 3번째로 쓰는 리뷰임을 밝힙니다. 첫번째 리뷰에서는 나 자신의 답답함이 많이 묻어 있어 의미없이 작품을 욕보이게만 하는 리뷰로 생각이 되어 삭재하였습니다. 두번째 버전에서는 다그치는 듯하고 강한 어조의 단어들이 많아 역시 작성자 본인과 의뢰인인 작가, 그리고 그 글을 보게 될 독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만 같아 삭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세번째인 지금은 모두가 봤을때 기분이 좋고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며 리뷰를 작성합니다.
자, 갑작스럽겠지만 위에서 제가 한 일련의 고민과 교정, 혹은 대대적인 삭재와 재창작, 우리는 이것을 ‘퇴고한다’ 라고 표현합니다.
퇴고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초안을 쓸때는 보이지 않았던 오탈자, 비문, 어색한 단어 선택, 작품 내적으로는 이야기의 일관성이 맞지 않거나 캐릭터성의 붕괴, 또는 잘못 유도되어 작가 본인조차도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된 사건들까지, 작가가 퇴고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도 복잡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퇴고 활동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
쉽게 비유하자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세상은 대지 아래에 있는 원석, 초고는 그 원석을 지상으로 올려보내는 화산 활동, 퇴고는 깊은 곳으로부터 지상으로 나온 원석을 세공하여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겠지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본작 ‘은과 그녀’는 세공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과거와 현재 시점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인물상과 행동들의 타당성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본작에서는 퇴고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은과 그녀’를 읽으며 첫화부터 25화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오타, 비문, 부적절한 비유와 캐릭터성의 붕괴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한 회차에서도 빠짐없이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잘못된 문장과 단어, 비유가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집중하여 들어 가려다가도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주춤하는 사이 감정은 허공으로 날아가버립니다.
아쉬울 뿐입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점진적으로 커지다 마침내 하나의 인물로 다가오는 시점을 저는 본작 10화대 초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정도의 문장적 문제들을 견디면서 해당 회차까지 읽어내기란 저처럼 리뷰의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좋은 글과 이야기를 찾아 온 독자들에게는 아주 어려울 태니까 말이죠.
다른 부분에 대해 제가 이야기 할 것은 없습니다. 이 작품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퇴고를 하지 않음에서 발생 하였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소중히 여긴다, 이것은 마음만으로 가능 한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창조한다 라는 것은 피조물에게 창조자로서 책임을 다 함으로서 완성된다 믿습니다. 작가로서 자신이 탄생시킨 글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 마치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하는 퇴고의 3원칙과 퇴고의 순서입니다.
퇴고의 원칙.
1. 삭재의 원칙 : 중복되는 내용, 혹은 필요없는 부분을 없앤다.
2. 부가의 원칙 : 빈약한 부분을 더하고, 내용 이해에 필요한 것을 덧붙여 글의 충실성을 높인다.
3. 재구성의 원칙 : 글에서 조직이나 전개를 개편한다. 단락의 순서와 전개 방식을 바꾸여 글의 전달 효과를 높인다.
퇴고의 순서.
⑴ 서론
① 글의 서론 부분이 적합한가?
② 주제가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는가?
③ 글 전체의 전개 계획이 명백하게 제시되어 있는가?
⑵ 본론
① 글의 본론 부분이 계획적으로 배열되어 있는가?
② 일반적인 생각을 보충하기 위하여 세부 내용들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는가?
⑶ 결론
① 글의 결론 부분이 글의 목적, 글의 주제, 독자의 요구 등에 적절한 것인가?
② 글의 본론 부분에서 밟아 온 논리로부터 빗나간 것은 아닌가?
③ 새로운 내용이나, 본론과 상관없는 내용들을 제시하지 않았는가?
⑷ 글 전체가 명료하게 짜여져 있는가?
⑸ 적절한 제목을 사용하였는가?
⑹ 글 전체를 통하여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가?
2. 단락의 검토
⑴ 각 단락은 논리적으로 전개되었는가?
⑵ 단락의 구조는 적절한가?
⑶ 각각의 단락은 글 전체에 대하여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⑷ 각 단락은 글의 통일성과 일관성의 원리를 지키고 있는가?
3. 문장의 검토
⑴ 문장의 구조 및 형식들을 적절하게 사용하였는가?
⑵ 각 문장들이 명백하게 진술되었으며, 문법적으로도 정확한 것인가?
⑶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호응은 적절한가?
⑷ 중심적인 생각과 종속적인 생각들이 문법적으로 적절하게 연결되었는가?
⑸ 각 문장들 사이의 연결은 적절한가?
4. 단어의 검토
⑴ 단어 사용이 명료하고 정확한가?
⑵ 글의 문맥과 관련하여 단어 사용이 적절한가?
⑶ 맞춤법에 맞게 표기하였는가?
출처: 다음 토론 카페 2007.
훌륭한 원석입니다. 보석은 아닙니다. 그러나 퇴고로 보석이 될 수 있습니다. 퇴고를 개을리 하지 않고, 항상 자신의 글을 되돌아 보세요. 분명 좋은 작품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문장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모든 문서의 초안은 끔찍하다. 글 쓰는 데에는 죽치고 앉아서 쓰는 수 밖에 없다. 나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총 39번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