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소설가의 소설가의 소설가의 (작가: 문그린,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9년 2월, 조회 129

저는 요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소설가 혹은 소설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면 무조건 클릭해보는 거죠. ‘소설’이란 단어 자체에 매혹돼 있습니다. 소설가 이야기는 흥미롭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글 쓸 때 혹은 안 쓸 때 어떻게 하나 같은 소소한 팁 같은 걸 훔쳐볼 수도 있고요. 글쓰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공감해볼 수도 있고 기타 등등. 책장에는 아직 읽지도 못한 ‘소설’, ‘소설가’란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들도 몇 권 있습니다. 무작정 사놓고 보는 겁니다. 소설이나 작가에 관한 이야기는 무조건 좋습니다. 이 소설을 만난 건 제목에 소설가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어요. 뭔데 이렇게 소설가를 세 번이나 강조했을까? 결국 저는 브릿G를 매일같이 드나들고 있으니 숙명처럼 이 소설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소설가가 된다는 건 끝내주게 즐거운 일이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라니 더욱 더 흥미가 당기지 않나요?

 

이미 성공할 대로 성공해서 돈 걱정 같은 건 할 필요도 없는 소설가의 이야기네요. 큰 집에 살고 책도 원없이 채워놓고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남편과 해장국을 기가 막히게 끓여주는 1인 출판사 사장이었던 친구도 있는 행복한 소설가였는데 오랜 소설쓰기로 열정을 소진시켜버리고 시작부터 절필을 선언하는 ‘소설 엔진’이 수명을 다한 소설가가 주인공이에요.

소설가 얘기를 보러 왔는데 벌써 절필을 선언하면 어떡해? 살짝 당황했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어떻게   끝날지 감을 못 잡은 채 이야기를 읽어나갔어요. 얄밉게도 이 소설가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뭐 어떻게 되도 상관없어 같은 고민을 합니다. 나 돈 많다니까 같은 뉘앙스를 풀풀 풍기며 와인을 홀짝이는 작가. 그러고 있는 앞부분을 읽다 보면 가난한 작가들이나 작가 타이틀도 못 달아본 작가지망생들은 열불이 나서 소설을 읽다 말지도 모를 위험이 있습니다. 혹,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셔야 해요. 원래 처음부터 너무 잘 나가거나 돈자랑, 잘난척, 똥폼을 잔뜩 잡는 사람들이 끝에 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잖아요.

비록 등단 20년만에 절필을 선언하고 은퇴하려는 소설가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해외여행을 잠시 잠깐도 아니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꿈같은 일들을 대리 체험해볼 수 있다면 … 전 그 마음 때문에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절필을 선언했지만 진짜 절필을 할 리가 없지, 같은 생각도 하고 있긴 했지만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술자리에서 나오게 된 ‘두미르의, 두미르에 의한, 두미르를 위한 공모전’을 열자는 제안이 결국 작품 전체의 큰 줄거리가 됩니다. 두미르는 이 소설가 이름입니다. 쓰는 건 그만뒀지만 읽기까지 그만둔 건 아닌 모양이고 후배 양성을 위해서라는 좋은 구실도 있으니 솔깃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남편과 떠난 해외여행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돌아와서는 공모전을 하게 됩니다.

예술가들은 순수한 창작물이라고 우기지만 타인의 작품을 읽고 모방하면서 배우고 타인의 작품에 자극 받아서 새로운 창작물을 생성해내는 일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절필을 선언했던 이 노련한 소설가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뭘까요? 소설 속에 다 있습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당신은 아마 두미르 공모전에 공모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당장 소설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죠. 리뷰라는 형식을 빌어 저 문장들을 옮겨 써보고 싶었던 것처럼요. 어쩌면 반드시 성공해서 두미르처럼 자기 이름을 딴 공모전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리뷰엔 드러내지 않았지만 작품이 숨기고 있는 반전과 미스터리는 독자분들 스스로 알아내 주시길 바랄게요.

 

*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면 본의 아니게 소설 속에서 편집장님을 죽인 소설가 얘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척 찔렸습니다. 아 이렇게까지 공포에 질릴 수도 있구나….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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