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적’에서만큼은 예외다. 점수 자체는 절대평가지만, 평가는 상대적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SKY캐슬>에서도 자신이 노력하고, 원하는 성적을 얻었다고 만족하는 캐릭터는 드물다.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소위 ‘망해야’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서랍>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한, 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는 수상한 장수생. 그 장수생을 보며 주인공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는다.
“우린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자”
살면서 이 말을 내뱉어 보지 않은 사람, 과연 있을까? ‘타산지석의 의미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한 것과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며 경각심을 느끼는 것이 같은지 되묻고 싶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과 의기투합은커녕 적대감을 느끼는 것. 경쟁 사회가 만드는 미묘한 분위기에 불쾌감을 표출하면서도, 그곳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를 준비하는 나와 주변의 모습이 떠오른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청소년이나, 행복한 미래가 가득할 청년들을 보며 뿌듯한 미소보다 안타까운 감정이 먼저 드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한 드라마 <SKY캐슬>을 볼 때마다 이런 의문을 가진다
‘과연 저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 중, 잘못된 사람이 있을까?’ 윤리적인 상황에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지만, 성적에 관한 태도 자체에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하나다. 나, 그리고 우리가 모두 그렇기 때문에. <서랍>에 등장하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나 감히 추측해본다. 서랍에서 거울이 나오고, 그 거울이 비춘 모습에서 ‘이보다 큰 공포가 있을까’ 연신 감탄했다.
사회는 성적에 대한 실패에 유독 냉정하다. 그 냉정함을 딛고 성공한 사람을 칭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수군대는 세상을 현실적으로 비춘 <서랍>을 흥미롭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