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남녀]는 사건 속으로 바로 들어가는 대신, 인물의 일상을 시간순으로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 소설의 장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지루한 듯 하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유지혜의 과거사를 적절하게 배치해서 사회문제들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복부를 칼에 찔리고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사건 이후, 유지혜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평범하고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 무너진 것이다.
유지혜는 금요일 오후 학원으로 출근하고, 학원에서 수업하고, 수업 중에 학원생들로부터 모욕을 받고, 선술집에서 친두들을 만난다. 그 술집에서 ‘우연히’ 술을 마시고 있던 강마로는 유지혜가 겪은 사건을 듣게 되고 호기심에 그녀를 쫓아 가면서, 두 주인공이 첫 대면을 하고 이후 계속 만난다.
[낙원남녀]는 읽기에 편안하다. 끔찍하거나 어두운 범죄현장 묘사나, 잔인한 범죄자도 등장하지 않는다(아직 까지는). 심지어 강마로와 유지혜의 만남은 코믹하다. 사건이 있고, 탐정이 등장하지만 연애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강마로는 사건의 해결보다 유지혜라는 ‘여자’에게 관심이 더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세 번의 식사 장면이나 도서관에서 사건자료를 찾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일부러 작가가 딴청을 부리는 것도 같지만.
작품소개를 보면 앞으로 등장할 사건의 용의자들이 많다. 강마로와 유지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핑계로?) 만나면서 티격태격하며 범인을 찾아낼 것이다. 사건은 평범하지만, 작가가 알려주는 일상들이 겹쳐지면서 어떤 의미가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