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직 리뷰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어영부영하다가 해를 넘겨버렸기 때문이죠.
사실 리워드로 지급되는 책은 안 받아도 괜찮지만(정말로 진심입니다. 요즘 새로운 책을 잘 안 읽는지라……), 리뷰단 신청해놓고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그래도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쓰는 리뷰입니다.
거짓말입니다. ‘달지 않은 디저트’는 굳이 리뷰단이 아니더라도 리뷰를 적고 싶은 글이었어요.
주로 리뷰를 적을 때는 감상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적는 편입니다만, 이번 리뷰는 거기에 곁들여 부족한 솜씨입니다만 구성적인 분석도 조금 해볼까 합니다. 겸손이 아니라 진짜로 부족한 솜씨였던 거임…….
저는 감성적인 글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특히 단편에 있어서는 더욱 그래요.
심지어 어떤 글들은 좀 더 나아갑니다. ‘이 글로 이런 느낌을 줄 거야.’ 라는 생각으로 적었다기보다는, 작가가 지금껏 마음에 품어오고 쌓아오던 감정과 감상들이 자연스럽게 글로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글들이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 작품에 묻어 나오는 감정들과 맞닿는 건 대단히 특별한 감각이지요.
리뷰로 상기의 내용을 적은 만큼 당연히 ‘달지 않은 디저트’도 그런 글입니다.
읽기 좋게 숫자로 단락을 나눈 이 글은 0. 에서 간단하게 도입부를 시작하고(이런 도입 시퀀스 너무 길어지면 슥슥 넘기는 경우가 참 많은데 간결해서 좋았습니다), 1. 에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그래서 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문장들이 길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2. 네요. 두 주인공이 말합니다. “그럭저럭.” “그럭저럭.” “응, 그럭저럭.”
사실상 이 부분 읽으면서 곧장 리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만 조금 뒤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3. 과 4. 를 읽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단어는 ‘이렇게라도’ 네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게 하게 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강력한 것이 ‘사랑’이겠지요.
불가항력적으로 하는 사랑은 또다시 불가항력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만듭니다. 그런 게 반복되다 보면 사람 피폐해지는 게 한순간인데, 달지 않은 디저트의 주인공은 그래도 생산적인 일을 하네요. 디저트 만드는 것 정도면 사랑이 시켜서 하는 일 중에는 최상급으로 생산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죠.
5. ‘끝만 좋으면 다 좋은 거야?’ 주인공은 묻습니다. 꿈을 포기하고 레즈비언임에도 겉보기에 무난하게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너’와, 스테이크를 망쳤지만 디저트를 통해 만회한 코스 요리와, 한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살아가는 나와, 그 모두가 그럭저럭 괜찮아보이지만 ‘그럭저럭’이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의 상처와 과정들에 어떤 의미도 없는 걸까. 그렇게 묻습니다. 제가 보기에 주인공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도 같네요.
6. 에서 주인공은 계속해서 괴로워하네요. 이제는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7. 그래서, 디저트는 달지 않고, 사랑하지만 다가가지 않고, 힘들지만 내색하고 싶어하지 않고, 현실이 바뀌지 않지만 그럭저럭, 그럭저럭 살아냅니다.
바꿔내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지만, 이제 노력도 할 수 없는 지점에 서 있지만 그럼에도 잠시나마 걸터 앉아 쉴 곳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여기까지가 그냥 의식의 흐름으로 쓴 감상인데 메타적인 이야기를 살짝 해 보자면,
감성적인 문장이나 표현, 글 속의 상황 같은 것들 다 인상 깊었지만, (공모전에 내신 글이라 감히 첨언을 해 봅니다) 장르적인 서사랄까, 그런 부분의 색깔은 조금 옅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글의 상황 설정은 거의 백퍼센트 감성적인 측면에 봉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도구로 활용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배경적인 설정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런 글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작가님이 이런 부분에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적으셨는지 모르는데다 제가 글의 요소 같은 걸 썩 잘 아는 것도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리뷰가 전체적으로 좀… 그렇네요; 아무튼 좋은 글이었습니다. 정말로요. (진심!)
어……, 오랜만에 리뷰 쓰니까 어떻게 마쳐야 할 지 고민이네요.
조만간 다음 리뷰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