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독립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습니다. 비평

대상작품: 허수아비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FLUDD, 17년 2월, 조회 92

장르 문학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각 장면들을 머릿 속에 영화로 그려보는 걸 좋아합니다. 나와 상성이 잘 맞는 소설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물 흘러가듯 장면들이 스쳐지나가지만, 안타깝게도 저와 맞지 않는 소설들은 머릿 속에 그려진 주인공들에게 아무리 메가폰으로 소리를 질러봐도 도무지 다음 대사를 칠 생각을 하질 않죠. 전자는 책장을 넘기는게 즐겁고 두께가 얇아지는 남은 장 수를 보며 아쉬움을 느끼지만, 후자는 한 문장 문장을 읽는게 고역이고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허수아비’는 전자의 경우였습니다. 저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던가? 싶은 대화체나 투박하다 싶은 표현 몇 가지가 잠시 머뭇거리게 하긴 했지만, 머릿 속에는 멋진 색감의 독립 미스테리 영화 한 편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샤머니즘적인 노인의 행동, 등장 인물들간의 대화, 장면 묘사, 장면 전환등이 만들어내는 음산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에, 문득 작년에 재밌에 봤던 영화인 ‘곡성’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관련된 일을 했다면 영상화를 할 욕심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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