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납니다. 비평

대상작품: 허수아비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이재인, 17년 2월, 조회 146

어쩌면 습관 같은 말이지만, 저는 말주변이 별로 없습니다. 문장이 빈약한 것은 더욱 말 할 것도 없고요. 실은 무수히 많은 작품들을 접하면서도, 그동안 선뜻 리뷰를 써보지 못했던 것은 제가 논리적으로 타인을 설득시키는 재주가 없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리뷰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이라 더욱 그렇고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제가 아무말대잔치를 시작할 거라는 뜻이고요. 안타깝게도, 이런 훌륭한 작품을 두고 제가 리뷰랍시고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게 되어 작가님께 누가 될까 죄송해집니다.

 

가끔 어떤 작품을 읽다보면, ‘아……. 냄새가 난다.’ 싶은 글이 있습니다.

허수아비가 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실은, 좀 더 나중에 리뷰를 쓰려고 했거든요. 근데 글에서 너무너무너무 냄새가 나서 리뷰를 아니 쓸 수 없지 뭔가요.

그러니 이 리뷰는 미필적고의에 의한 리뷰라고 해두겠습니다.

 

어머, 거기 지금 이 글을 클릭하신 그대. 민담이나 무속신앙 같은 것에 관심이 있나요? 남에 대한 어떤 소문은요? 그렇다면 아주 제대로 잘 찾아오신 겁니다.

사람이라는 동물이 그래요. 아닌 체 하면서, 교양 있는 척, 근엄한 척 하면서도 사실 남 이야기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 상대가 어쩐지, 어딘지 모를 음침하고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더더욱요.

수상한 냄새가 나는 사람과, 또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 말이에요.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뭔가 엮일 것만 같은데, 희한하게 께름칙한 것이 뒤통수가 콕콕 당기는데. 그런데도 자꾸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것 말입니다. 좀 무섭긴 한데…….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내가 본 것이 허상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그런 것 말이에요.

 

노인과 노인의 허수아비들이 자꾸만 수상한 냄새를 풍깁니다. 시작된 장마에 굵은 빗줄기가 자꾸만 눈가를 때리거든요? 아이고, 읽는 제 눈이 다 침침할 정도로 말입니다. 읽고있자니 괜히 시야를 확보하기도 힘든 기분인데, 이 음습한 비 내음은 또 얼마나 코끝에 달라붙는지……. 게다가, 배신 혹은 일탈이었을 것에 대한 대가는 냉정합니다. 내려다보는 눈길이 어찌나 마음을 선뜩하게 하는지요.

 

끊임없이 들러붙는 비 내음과, 춤을 추듯 출렁이는 허수아비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알게 되실 겁니다. 배명은 작가님의 허수아비에서 숨길 수 없는 좋은 작품의 냄새가 난다는 걸요.

 

그러니까, 여러분. 제발 읽어보세요. 저는 지금 애가 타 죽겠습니다. 좀 더 세련되게, 좀 더 멋있게, 매력적인 리뷰를 쓸 능력이 없어서 말이죠.

제가 너무 평소 제 스타일대로 흥분을 마구마구마구 발산하면 도리어 독자님들 도망가실까 하여, 최대한 담담하게 적어보았습니다만. 좋은 작품을 발견했다는 흥분을 감추기가 힘듭니다.

 

어… 그러니까 마무리는… 어…….. 여러분, 당장 이 조잡한 리뷰는 잊고 아래에 ‘리뷰 대상 작품 보기’를 눌러보세요. 지금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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