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감성적이고 섬세한 사이코패스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를 바다로 데려가 줘. (작가: 자우, 작품정보)
리뷰어: 그린레보, 18년 11월, 조회 236

개인적으로 개최한 ‘루테인 당첨기념 리뷰 이벤트’의 하나로, 자우 님의 <나를 바다로 데려가 줘>를 읽었습니다.

 

‘흐린 하늘이 매혹적인’ 어느 날, 자신에게 상처가 나도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인공.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첫 문단부터 감성적이면서 충격적인 씬으로 시작하여 흥미가 돋았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에 밀착하여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섬세하게 풀어 나갑니다. 큼지막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을 계기로,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왔는지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어요.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여기서부터가 절묘합니다.

주인공은 사이코패스입니다. 그런데 절망하기도 하고 울기도 해요. 주인공의 입장을 따라가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먹먹하기도 하고 절절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특히 인간관계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절묘한 맛을 더한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다에 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심정, 그리고 ‘A’와의 관계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약간만 더 평범에서 어긋난’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 한편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분명 주인공은 감정의 교류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겠지요. 주인공이 로맨스 분야 파워 리뷰어라는 설정도 주인공의 아이러니한 처지를 부각해줍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누구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매혹되어 있는 주인공. 그러나 주인공이 원하는 감정의 교류는, 주인공이 사이코패스인 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실패한 주인공은 바다에 가고 싶어합니다. 어째서? ‘바다는 크니까’. 작가님은 후기 코멘트에서 ‘무기력이라는 주제는 제 작가 세계의 핵심같은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나를 바다로…>를 지배하는 정서는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을 담담히 직시하기’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인공의 운명을 향한 직시가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바다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이 커다란 것이며, 어찌할 수 없이 세상이 끝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한계선을 바라보며, 주인공은 피가 흐르지 않는 상처도 ‘살갗의 갈라짐’에 지나지 않고, 이 세상에는 자신과 바다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바다는 그저 거기에 있을 뿐, 주인공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어찌할 수 없이 차가운 자신의 몸을 스스로 끌어안습니다. 무기력하고 비운의 결말로 읽히지만, 그래도 저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차가운 자신의 몸을 끌어안는 데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자신을 받아들이고, 다시 생활로 돌아갈 기력을 얻는다는 힌트를 얻고 싶습니다.

결말의 처리도,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이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 역시 섬세한 필력에서 나온 효과겠지요. 어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배드엔딩이겠지만, 제게는 어쩔 수 없는 중에도 미약하게나마 희망의 씨앗이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이 가진 ‘무기력’이라는 주제를 아름답게 한 편의 순문학적인 이야기로 완성한 이야기로 느껴지네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 더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점입니다. 특히 A와의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연애 서사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주인공의 절망과 애절함이 훨씬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감상일 뿐이지만요.

좋은 작품, 이번 기회에 읽게 되어 기뻤습니다.

자우 작가님의 앞날에 건필건필이 있기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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