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약 작가님의 글이 많지 않고 짧아서 우연히 잡힌 김에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전형적이지만 그렇기에 클래식한 매력이 있는 호러들입니다. 한 가지 아이디어에서 더 나아가는 것은 없지만 그만큼 그 소재에 가장 충실하고 역량을 투자한 묘사가 좋습니다. 컴컴한 바다 위에서 달 하나에 의지한 채 표류하는 ’달‘이라는 작품이 좋은 예시겠지요.
제가 특히 끌린 것은 이 ‘관객석’이라는 작품입니다. 우주를 바라보던 어린 내가 발견하는 별 하나의 소멸. 그리고 그것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도입부가 꽤 코스믹 호러적입니다. 이어서 그저 아름다운 영화의 여주인공이 되고만 싶었던 내가, 어려운 현실에서 도피하며 반짝이는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마침내는 누구보다 바라던 자리에서마저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며 완전히 관객석으로 물러난다는 이야기. 그런데 거기에 오히려 만족하곤, 반짝이는 내가 상영하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박수를 치는 나.
아주 매력적인 호러 소재를 발견하여 구현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정제하여 조금 더 길게 쓸 수도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니, 지금 글이 특별히 아쉬울 만큼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작품 코멘트에 제가 좋은 영감을 받았다고 썼었는데요. 사실 이 자체로 충분한 구현이라, 제가 차용해 오리지널리티로 발전시킬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좋은 부위를 괜히 선점당한 기분이랄까. 동료 작가로서 입맛을 다실 뿐입니다. 그만큼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