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능력이 없다보니 본래 보는 입장에서 만족하고 있는 편이지만, 작가님의 글을 계속 보고 싶어 응원차 짧게나마 리뷰를 남깁니다.)
다른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백합 역시 장르적 클리세를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소심한 소녀와 그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소녀의 조합, 서로 다른 ‘좋아함’의 영역, 약속된 이별 등등.
천가을 작가님의 신작(이자 무려 100번째 단편)인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는 이런 클리세들을 모여서 익숙한 장르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곳곳에 상징과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힌트를 남겨 장르 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건실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이와 지유와의 접점을 좀 더 등장시켜 마지막에 유이가 내린 결단을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동시에, 그 모습을 본 주리가 예정된 파멸을 언뜻 감지하고는 불안해하는 묘사가 좀 더 나왔었으면 하는 부분이네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반대로 엔딩에서는 서로가 가지고 있던 애정이 어긋나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찰나의 순간이나마 둘의 마음이 진솔되게 만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마치 당장은 어긋나 있는 두 선이라도 어느 한 순간에는 마주치는 부분이 있는것 같이 말이죠.
척박한 백합의 땅에서 좋은 작품을 써주신 작가님 정말 감사하고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