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리얼한 잔혹 뱀파이어 로맨스, 은세계 감상

대상작품: 은세계(銀世界) (작가: 지현진, 작품정보)
리뷰어: aCat, 18년 11월, 조회 55

자살하려는 소녀가 어느 날 뱀파이어가 되었다, 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뱀파이어가 아니었다면 의외로 웹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뻔 했다. 환생을 하거나 빙의를 하거나 회귀를 하거나 등등등. 하지만 굳이 작가는 주인공을 뱀파이어로 변하게 하며 어반 판타지-로맨스(릴러)의 다소 마이너한 길을 택한 것 같다. 언뜻 흔해보이지만 흔하지 않은, 건조하고 리얼하며 잔혹한 뱀파이어 로맨스, 라고 표현하면 그럴 듯 할까. 짧게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를 읽고 느껴지는 감상을 적자면 다음 문장으로 요약될 것 같다.

‘달밤에 은빛 날이 사방으로 날자 피가 튀고 머리통이 굴러다니네’

…그 와중에 상당한 집착과 애정을 보이는 남자 주인공과, 세상 제일 귀차니즘에 빠졌지만 재미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벌일 듯한 소년 등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이 세계를 꽉 채우고 있는 느낌이 좋다. 잘 알려진 뱀파이어들에 대한 설정에서 조금 비껴나간 <은세계>의 뱀파이어들은 매력적이고, 그 매력은 1부 후반의 잔인하고도 감성적인, 서울의 한 지하방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에서 극대화된다.

1부에서 삶과 이름을 얻고 2부에서 가족을 얻고 또 잃어가는 와중에 성장하는 은령이 서울 종로 바닥을 무대로 벌이는 활극에서 비롯된 피가 튀기는 잔혹한 일상 속, 한 잔의 와인처럼 달착지근한 로맨스를 기대할 수 있는 이 이야기, 여러분께 일독을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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