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 코리 도라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금붕어 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기타 열대어 중에서는 가장 싼 어종이다. 싸다는 건 쉽게 구할 수 있고, 또한 쉽게 갈아 치울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코리도라스들은 편의점이라는 도시의 어항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나는 코리도라스 팬더, 너는 코리도라스 스터바이…
편의점은 80년대 후반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며 등장했다. 드라마 속의 연인들은 최신 먹거리가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편의점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샐러리맨들에게 편의점은 창업 아이템 1순위였다. 하지만 요즈음의 편의점은 을(乙)들의 공간을 대표한다. 편의점을 주로 찾는 고객들은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취업준비생들과 소주 한잔으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동자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졸음과 진상손님들에게 시달리는 아르바이트생들과 임대료 와 인건비, 카드 및 가맹점수수료에 허리가 휘는 점주간의 을(乙)과 을(乙)의 전쟁으로 불린다.
기술의 발전은 무인 편의점까지 등장시켰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결제 로봇이 안면인식을 통해 고객을 관리하고 대화와 상품추천, 결제 등의 고객 응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어항 밖으로 밀려난 코리도라스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문득 평창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로봇 물고기가 떠올랐다. 로봇 물고기는 중앙처리장치가 센서들의 신호를 읽어, 3등분된 몸을 연결하고 있는 모터에 신호를 보내 몸체와 지느러미를 순차적으로 움직여 살아 있는 물고기의 유영을 흉내 낸다. 스스로 장 애물을 인지할 수 있고, 1회 충전만으로 하루 이상의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코리도라스는 영역싸움을 하지 않고, 여러마리씩 무리를 지어 뭉쳐다녀요."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히어로에 열광하고 대중들은 다시 LP판을 찾는다. 폴라로이드와 필름 카메라의 느림의 미학이 다시 주목받고, 여전히 종이에 매끈하게 인쇄된 잡지들을 읽는다. 최신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가슴 속에는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서도 치유 받을 수 없는, 오직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구할 수 있는 따스함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코리도라스들의 삶에 꿀잠이 깃들길 간절히 바래본다. 더불어 인간에 의해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불행한 조건 속에 살고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의 앞날에도 축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