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곳곳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작가 코멘트에도 적혀있듯이 제 3회 작가 프로젝트인 개를 주제로 한 공모전에 제출됐던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귀신 ‘이원하’와 함께 개 ‘바람이’가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아무래도 귀신이 주인공이다 보니 ‘승천’과 ‘한’에 관해서도 다룬다.
작중 주인공이자 귀신인 이원하는 늘상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게 일이다. 이원하는 뭘 먹을 수도, 그렇다고 산 사람들하고 접촉할 수도 없는 그런 우울한 나날을 반복하던 어느 날, 자신을 보는 개 바람이를 만나게 된다. 그 날을 기점으로 이원하의 죽은 삶은 조금씩 생기를 띄어간다. 바람이를 키우기 위해 원한 있는 귀신에게 부탁했다가 두 번 죽을 뻔하고, 이후 산 사람(‘슬이’)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일견 줄거리만 보면 이 작품은 외로운 귀신이 길 잃은 개를 만나 여러가지 일을 겪고 자신의 한을 풀고 승천한다, 라는 간단한 구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작가님은 유쾌한 상황들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예상 밖의 반전을 넣어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시킨다.
작중 유쾌한 상황들로는 이원하가 민망한 상황에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 정말로 타일에 무릎까지 잠긴 장면,
같은 귀신이면서 원한 있는 귀신에게 겁먹어서 도망치는 장면,
산 사람을 홀리는 말로 ‘우정이 아무리 좋아도 낄땐 끼고 빠질 땐 빠져줘야지’ 라는 등, 곳곳에 웃음 요소를 잘 넣었다.
게다가 이원화와 바람이 외에도 명현(귀신), 슬이(산 사람), 욕쟁이 할머니 귀신, 여자 귀신, 이원하 사고 가해자 등의 캐릭터를 넣어, 이야기가 단조롭지 않게 잘 조절했다. 특히나 욕쟁이 할머니 귀신의 ‘살아있는 것과 엮이지 말라’는 것과 여자 귀신의 승천 과정은 결말과도 연결된다. 특히 여자 귀신이 보여줬던 한이 거대해져 검은 눈물로 뚝뚝 떨어지는 장면은 바로 눈앞에 있는 듯 선하다. 바람이와 사고 가해자의 관련성이 드러날 때는 마치 내가 이원화가 된 것처럼 슬펐다.
이원하는 평소 자신이 사고를 당했던 때를 악몽으로 꾸는데, 그 당사자가 바람이와 관련된 걸 알았을 때는 여자 귀신이 그랬던 것처럼 한이 넘쳐 검은 눈물을 흘린다. 이 기구한 운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결말에 흑화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이 이야기는 그런 충격적인 반전을 주지 않았다.
사실 마지막 결말을 볼 때는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마치 내가 이원하인 것처럼 바람이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특히 이원하가 승천하기 직전 바람이에게 ‘내가 이 땅에 남아있었던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구나…’ 라 할 때는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말에서 독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님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곳곳에 어색하지 않게 중요한 포인트를 심어줌으로서, 결말 부분에서 감정 이입이 더 잘 됐다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작가님께서 이런 좋은 작품들을 계속 이어나가주셨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