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결말까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 리뷰라 글이 깔끔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소설의 초반은 좀비인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좀비인간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 좀비인간은 국민이며, 국가에 의해 보호된다. 오히려 모든 것이 인간보다 좀비인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사회다.
좀비 소재를 좋아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접했지만, 이 작품에서의 좀비는 설정부터가 새롭다. 좀비는 썩어가는 몸뚱아리로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으며, 사람과 똑같은 외양을 가지고,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걸 즐긴다. 그들은 신체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날 뿐만 아니라, 영리하기까지 하다. 설정만 놓고 보면 인류를 대체할 새로운 인류의 출현으로 보일 정도인데, 이 작품이 만약 장편소설이었다면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목처럼, 단편이란 사실이 아쉬워지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건 나올 수도 있었던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고, 이 작품 자체는 단편이란 자체로도 좋았던 소설이다. 그리고 이게 내가 이 작품의 리뷰를 작성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흥미롭고 새로운 설정을 작가인 글터파수꾼님은 소설의 메인 사건을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어두운 밤길에 갑자기 좀비인간처럼 나타난 전 남자친구가 정말로 좀비인간일지 아니면 평범한 인간일지.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고민한다. 그때의 내 생각을 살짝 말해보자면 그래도 좀비소설인데, 좀비인간이지 않을까? 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결말부터 미리 말하자면, 전 남자친구는 좀비인간이 아닌 사람이었다. 남자친구가 좀비인간이었다면 평범한 좀비소설이 됐을수도 있었지만, 좀비인간이 아닌 사람이라 이 소설은 나에게 참 재미있는 소설이 되었다. 작가님이 말하려던 건, 오히려 평범한 일상 속의 공포였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좀비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밤길을 혼자 다니길 두려워하며 항상 자기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주인공은 좀비인간이 되고싶지 않아 치마를 벗어던지고 늘 달릴 준비를 하며 오늘 밤은 무사할지 걱정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헤어진 남자친구는 낯설고,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주인공은 좀비인간에게 느꼈을 법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진짜 좀비인간을 마주하고,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는 전 남자친구를 보고 이제야 내가 알던 사람이며,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덤덤하게.
덤덤하다는 건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어쩐지 주인공의 생각이 덤덤하게 읽혔다.
“어쩌면 좀비인간이 되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는 마지막 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더이상 상처받을 일도 없고, 어두운 골목길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정말로 좀비인간이 되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