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메모: 어디에도 없는, 공간 의뢰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어디에도 없는, 공간 (작가: 으후루, 작품정보)
리뷰어: 견월, 18년 9월, 조회 66

안녕하세요. 견월입니다.

우선, 제게 리뷰 의뢰를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사실 처음 리뷰 의뢰 쪽지를 받고는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 동안 몇몇 작품들에 대해서 리뷰라고 올리기는 했지만 리뷰 초반에 항상 밝혔듯이 그저 제 감상 내지는 한 명의 독자로서 이러 이런 부분이 좀 더 업데이트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적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읽은 작품들에 대해서 다른 독자분들이나 작가님과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으로 쓴 것이라 당연히도 리뷰 대상 작품은 제가 선택했고요.

그런데, 으후루님께 특정 작품에 대한 의뢰를 받고 나니 의뢰된 리뷰라는 것은 뭔가 객관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은 어떻게 조심스럽게 거절할까 하는 고민부터 들더군요. 제 소설 일반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그리 넓지 않고, 또,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식견은 문외한에 가까워서요. 게다가 의뢰하신 작품 ‘어디에도 없는, 공간’의 분량이 꽤 만만치 않았습니다.

뭐, 의뢰하신 작품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만 계속 하게 되는데요. :-) 조금 더 하자면, 그래서, 일단은 으후루님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오늘의 와인’이 제가 예전에 이미 읽었고 리뷰나 추천글을 달까 말까 잠시 고민했던 글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반가왔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비교적 최근에 올리신 짧은 글인 ‘새장’과 ‘식탁 위의 술’을 읽어 보고는 작가님 글의 성향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여전히 주저스럽기는 했지만 리뷰 의뢰해 주신 글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리뷰를 쓰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여전히, 이 리뷰 글은 정말로 소설이나 장르에 대한 넓은 식견을 가진 분들이 이 작품에 대해 가질 의견과는 거리가 멀 수 있으며(사실 제가 보기에 그런 능력을 가진 리뷰어분들이 브릿G에는 많아서 으후루님이 왜 제게 리뷰를 의뢰하셨는지 여전히 의문이기는 합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느낀 감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요! 이 ‘리뷰’를 혼자 참고하실지 공개하실지 쓰레기통에 버리실지(?)는 물론 으후루님 자유십니다. :-)

혹시라도 공개하실 경우에 대비해서,

!!!! 엄청 중요하고 큰 스포 많습니다 !!!!

 

우선, 정말로 공을 들이신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중편이라는 분량의 제약에 비해서 서로 다른 배경과 시간과 사건이 얽혀 있고 그 인과 관계를 풀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자 마법사와 낯선 남자는 정말로 어떤 관계였을까? 여자 마법사는 왜 그 집에 갇혀 있지? 남자는 또 왜 그 집에 갇혀 있지? 그림은 뭐지? 이런 궁금증들이 때로는 서로 다른 공간의 사건들이 소개되고 때로는 시간 순서가 재배치되면서 풀려 나가는 것 때문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니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읽게 되더군요. 그리고, 더구나 리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제가 혹시 작가님이 짜 놓은 설계를 잘못 이해하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 더 읽게 됐습니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롭더군요!

작품 내내 우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용의 불길 장면으로 치닫으면서 의심과 갈등이 전소되고 마지막에 여자 마법사가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결말까지, 정말 저도 써 보고 싶은(?) 전개이고 작가님께 이런 인상적인 글을 읽게 해 주신 데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혹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감정을 공감하는 데에 있어서 제 관점에서는 한 가지 결정적인 방해 요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 도덕률(?) 같은 것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남자가 백 년 전에 사랑하는 아내를 그저 외도가 의심이 되는 임신을 했다는 것 때문에 끔찍한 고문을 받고 화형 당하게 했다는 데에(그것도 자신이 스스로 고발했다니요!) 도저히 남자를 여자 주인공이 사랑할 주인공으로서 인정할 수가 없게 되더군요. 물론 그 업보 때문에 시공을 해메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물론 처음에는 내막을 잘 몰랐지만) 여자의 감정에도 공감이 안 되고, 남자는 그저 그 형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으로 보이고요. 더구나 남자는 여자 마법사를 사랑하는 행동을 했다기 보다는 매번 되돌아오는 여자 주인공의 마나를 빼앗아서 그 형벌에서 탈출한 것 아닌가요?

물론 작가님은 남자 주인공에게 여자에게 숨길 수밖에 없는 애달픈 사연을 부여하시려 했겠지만 남자가 아내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어떤 피할 수 없는 사연으로 아내를 묻었고 그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애쓰고 있었다든지 하면 저는 이 작품을 훨씬 더 잘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감정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읽는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달까, 의문스럽달까 한 점을 몇 가지 적습니다.

1. 여자 마법사의 시대와 남자의 시대가 읽는 관점에서는 좀 모호했습니다. 처음에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마법사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남자의 이야기에 마녀 사냥와 왕 이야기가 나와서요. 남자의 말투도 좀 어색하고요. 처음부터 작가님이 간주하는 시대가 좀 잘 드러나면 어떨까요?

2. 제가 소설을 충분히 세심하게 읽지 못 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여자 마법사와 남자의 아내와의 관계가 모호하더라도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아내였거나 아내의 딸이었는지? 마지막에 여자 마법사가 돌아온 집에는 여자의 스승이자 ‘엄마’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여자가 사실은 남자의 아내였는지? 물론 끝까지 모호성을 주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그 모호성도 좀 더 명확했으면 하는 느낌이…

3. 남자의 아내는 남자를 용서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줄거리에 필요한 요소였을 뿐이었는지?

4. 여자 마법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남자 대신 그 시공에 다시 갇힌 것인지? 어쩌면 그 집은 백 년 뒤에 여자 마법사가 사는 집이었는지? 그리고, 다시, 여자의 스승이자 엄마는 왜 그 집에 있었는지? 소설의 제목이 ‘공간’이다보니 이 부분이 중요한 모티브일 것 같은데 저는 끝까지 잘 모르겠더군요. 여기서 잠깐! 이것은 제 줄거리에 대한 이해 능력의 한계일 수도 있음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렇다면 좀 창피…*^^*)

의뢰받은 ‘리뷰’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족을 너무 많이 단 느낌이군요.

이 글을 읽은 후의 직관적인 감상은, 건축물로 비유하자면, 독자가 모든 방을 하나하나 샅샅이 둘러보고 싶게 만드는 비밀스럽고도 훌륭한 구조를 가진 저택이라고 느껴집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저택에 얽힌 사연이 좀 더 절절히 느껴지거나 비밀이 좀 더 확실히 비밀스러울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무엇보다, 이런 진지하고 공들인 판타지를 읽을 기회를 주신 으후루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의도치 않게 길어진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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